[역경의 열매] 정성자 (16) “떠났구나 조지프, 천국으로… 굿바이 인사도 없이”

입력 2014-12-15 02:26
조지프 장례식은 살아생전 조지프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찬양을 좋아했던 조지프의 천국환송 예배인 만큼 장례식 내내 찬양이 은혜롭게 울려 퍼졌다.

“이제는 가망이 없습니다. 오셔서 작별인사를 해 주세요.”

“네? 작별인사요?”

갑자기 작별인사를 하라는 의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조지프에게 다가서자 의사가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모든 신체 기능이 다 멈췄습니다.”

믿기지 않았다. 그럴 리 없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조지프가 옆에 조용히 잠들어 있지 않은가. 온몸은 피로 뒤범벅이 돼 있었지만 얼굴만큼은 갓 세수를 하고 나온 미소년처럼 깨끗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내 아들 조지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조지프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데 조지프의 왼쪽 눈가에 눈물방울이 말라 있는 게 보였다.

‘조지프, 너 울고 있었구나.’

눈물자국을 보니 누군가 내 심장을 찌르는 듯 아팠다.

‘조지프, 눈 떠봐. 엄마를 봐야지. 사랑하는 엄마가 여기 왔잖니. 엄마한테 하이(Hi)하고 인사해야지. 조지프, 조지프.’

마음속으로 조지프의 이름을 수차례 부르며 조지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해지고 모든 게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우는 소리,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 있는 조지프, 조지프 위로 흰 천을 덮는 사람의 모습도 모두 영화 속 일처럼 느껴졌다.

2012년 9월 27일 0시30분, 내 첫아들 조지프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 맑고 아름다운 눈으로 엄마인 나를 한번 쳐다봐주지도 못하고, 평소처럼 마음속으로만 말을 가득 담은 채 조지프는 “굿바이”라는 인사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조지프가 가다니, 이 엄마를 두고 가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나는 내가 먼저 죽으면 남겨진 조지프를 누가 돌볼까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단 한번도 조지프가 나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가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 이메일 도착 신호가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중국 선교사님의 메일이었다.

“조지프에게 좋은 일이 있나봐요.”

첫 문장을 본 나는 기가 막혔다, 선교사님은 왜 하필 그날 그 시각에 이런 메일을 보냈던 것일까. 병원에서 조지프의 사망선고를 들은 뒤, 아직 가족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조지프 얘기를 하지 않은 터에 선교사님은 조지프에게 좋은 일이 있느냐는 안부를 묻고 있었다.

“제가 어젯밤 꿈을 꿨는데 조지프가 멋지게 밤색 양복을 차려 입고 엄마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더라고요. 엄마인 권사님도 얼마나 기뻐하시던지요. 핑크색 투피스를 입고 조지프와 포옹하시더군요. 꿈속에서 조지프는 엄마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엄마, 그동안 나 때문에 참 수고 많았어’하고 말이죠. 권사님, 조지프에게 뭐 좋은 일 있어요? 혹시 조지프가 결혼이라도 하나요?”

평소 꿈이라고는 한번도 얘기해본 적 없는 선교사님이 왜 그 새벽에 뜬금없이 꿈 이야기를 하며 이메일을 보내왔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교사님의 꿈이 맞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지프의 죽음이 결코 비극적인 끝이 아니라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이라는 것에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게 됐다.

‘그래, 우리에겐 지금 슬픔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조지프는 하늘나라 천국 잔치의 현장에서 정상의 얼굴로 밤색 양복을 입은 채 밝고 환하게 웃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야.’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기 시작했다.

“갔구나. 조지프, 천국으로. 조지프가 갔어. 천국으로.”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