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수리공들이 훔쳤다가 적발되면서 세상에 드러난 수십억원대 금괴의 분배를 놓고 가족 간 분쟁이 벌어졌다. 금괴를 숨긴 채 숨진 사람은 경기도의 유명 사학재단 설립자이자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서울 서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의 자택 겸 사무실에 금괴 130개(65억원 상당)를 숨긴 박모(2003년 사망·당시 80세)씨는 1959년 사학재단을 설립했다. 박씨는 서울 강남의 땅을 꾸준히 사들여 개발이 본격화될 때 꽤 많은 돈을 만졌다. 이렇게 모은 재산을 습관처럼 금괴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모은 금괴는 사무실 붙박이장 밑에 숨겨 놨다. 박씨는 1997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고 2003년 사망 전까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아 아무도 금괴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횡재’가 ‘분쟁’으로 바뀐 사연은 엉뚱하게 박씨의 복잡한 가족관계에서 비롯됐다. 그는 4명의 ‘부인’에게서 7남1녀를 낳았다. 전 재산을 둘째 부인 김모(84)씨에게 준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자녀들은 재산 분할 등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유서의 진위를 놓고 다투기도 했지만 일단 재산은 김씨가 상속했다. 금괴가 발견된 사무실 역시 김씨 소유다. 김씨는 광복절이던 지난 8월 15일 사무실에 불이 나자 보수작업을 맡겼고, 이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금괴가 발견됐다.
금괴 때문에 가족 간 불화는 더 첨예해졌다. 자식들 일부는 “양어머니 김씨가 우리 몫으로 인정된 유류분(遺留分·다른 상속인을 위해 처분이 유보된 상속재산)조차 주지 않았다. 금괴를 포함해 이전에 받지 못한 재산까지 받아내겠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0일 김씨에게 범인들이 탕진하고 남은 금괴 40개를 넘겼다. 관할 반포세무서는 곧 이 금괴와 관련된 상속세 문제를 처리할 계획이다. 앞서 서초경찰서는 사무실을 수리하다 숨겨진 금괴를 발견해 훔친 인테리어 업자 조모(38)씨와 공범들, 금은방 주인 등 7명을 입건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되찾은 금괴’ 분배 놓고 가족들 재산분쟁
입력 2014-12-13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