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산 토막살인’ 피해여성은 동거녀… 잔혹한 ‘사이코패스 범죄’

입력 2014-12-13 03:57 수정 2014-12-13 15:12
수원 팔달산 토막살해 사건의 피의자 박모씨가 12일 새벽 수사본부가 차려진 수원서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박씨는 전날 밤 11시30분쯤 사건현장에서 멀지 않은 팔달구 고등동의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연합뉴스
토막시신 사건의 피의자 박모씨가 반지하방에 세 들어 살았던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단독주택 앞에서 12일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 팔달산 토막시신 사건의 피의자 박모(56)씨와 피해자 김모(48)씨는 모두 중국 국적의 조선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증거가 확실해 일단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박씨의 거주지는 조선족 밀집지역인 데다 2년 전 오원춘 사건이 벌어졌던 수원의 구도심 지역이어서 중국동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경위=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1일 오후 11시30분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A모텔에 한 여성과 들어가려는 박씨를 긴급체포했다. 4일 오후 1시쯤 팔달산 등산로에서 인체 상반신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가 발견된 지 8일 만이다.

검거에는 주민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경찰은 전날 “지난달 하순쯤 월세 가계약을 한 박씨가 며칠 살다가 보름 정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한 주민의 제보를 받았다. 경찰은 즉시 출동해 방 내부를 감식한 결과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인혈을 찾아냈다. 이어 방 안에서 팔달산 토막시신이 담겨 있던 것과 같은 비닐봉투도 수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 결과 박씨의 월세방에서 발견된 인혈은 피해자 김씨의 토막 시신의 혈액과 일치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박씨와 김씨는 동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가 숨진 김씨의 휴대전화를 갖고 지난 9일 경기도 포천 소흘읍에 한동안 머물렀던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박씨가 김씨 시신을 포천에도 유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인근 지역을 수색 중이다.

경찰은 그러나 박씨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한국어를 모르는 척 중국어로 둘러대거나 묵비권을 행사해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시신 유기장소 등을 밝히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범인은 사이코패스?=피해자 김씨의 시신은 수원 팔달산 등산로에서 상반신이 발견됐고, 일부 신체의 살점은 봉지 4개에 담겨 수원천 매세교와 세천교 사이 작은 나무들이 있는 곳에 각각 버려져 있었다. 범인이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토막낼 수 있지만 수법이 워낙 잔인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토막 살해는 증거인멸뿐 아니라 증오감, 사체에 대한 호기심, 종교적 성향, 장기밀매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다만 일반인에게 사체를 토막 내는 일은 심리적·육체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박희정 경사는 “살인 후 다른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지 않다”며 “범인이 죄책감을 덜 느끼는 반사회적 성향일 가능성이 있지만 사이코패스 여부는 정밀한 검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범인은 다른 사람 몸에 흉기를 대는 데 익숙해 자신은 잔인하거나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살이나 장기의 특정 부위를 다루는 것은 칼에 대한 숙련도가 높고, 정서적으로는 둔감화가 이미 이뤄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수원 주민들 공포감, 중국동포 관리 절실=박씨가 거주했던 수원 교동 주택가는 그가 검거된 모텔이 있는 고등동, 2년 전 오원춘 사건의 현장인 지동 등과 함께 중국동포 등 외국인이 많이 머무는 수원의 구도심 지역이다.

젊은이들이 떠난 낡은 단독주택은 외국인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이유는 광교신도시, 호매실지구 등 건설 현장과 수원산업단지 등 일자리가 풍부한 데다 역과 터미널이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낡은 단독주택에는 월 20만∼40만원에 거주할 수 있으며 장기 투숙할 수 있는 숙박업소가 많다. 이로 인해 수원역에서 경기도청 후문까지 고등동, 매산동 일대에는 한자로 표기된 중국식 음식점이 100여곳에 달하고 모텔이나 여관 등 숙박업소도 170여곳에 이른다.

인근 주민은 “평소 밤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꺼림칙했는데 이젠 정말 무서워서 어두워지면 집 밖을 나서지 못할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연쇄살인 가능성 있나=이번 사건은 범행 장소와 수법 등이 2년 전 오원춘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원춘은 2012년 4월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살점을 수백 개의 조각으로 도려내 비닐봉지 14개에 나눠 담아 버렸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하는 등 오원춘의 수법과 비슷해 공포감을 주고 있다. 피의자인 박씨가 다른 여성과 모텔에 들어가려다 검거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여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박순진 교수는 “현재까지 연쇄살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범인은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고 나면 그 기억을 분리시키거나 긴장한 탓에 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