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檢 “朴 가져오고 경관들 복사·유출… 명백한 팩트”

입력 2014-12-13 03:42 수정 2014-12-13 15:20
청와대 내부 문건을 복사해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와 한모 경위가 12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들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속도를 내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문건의 유출경로 수사에 난관이 등장했다. 검찰이 문건 유출의 핵심 고리로 지목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한모 경위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관천(48) 경정에서 시작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을 거쳐 언론사와 기업체로 흘러갔다던 청와대 내부 문건들의 ‘유통 흐름’은 복잡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조응천(52) 전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7인회’가 문건 유출 배후라는 감찰보고서를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청와대 문건 1000쪽 중 100쪽가량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에 넘어갔고, 여기서 다시 청와대로 향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2일 “영장이 발부되면 쉽게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기각돼서 더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경정이 (문건을) 가져오고 경찰관들이 복사한 데서 유출이 시작됐다는 건 명백한 팩트(사실)”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난 9일 체포된 최모 경위는 검찰 조사에서 “박 경정이 문건을 유출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지난달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 역시 자신이 전달한 게 아니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측이 ‘집단배후설’을 시사한 점은 검찰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결국 ‘10인 모임’에 이어 7인회의 존재 여부도 검찰이 규명해야 할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감찰보고서에는 7인회의 유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인회 모임이 사실무근이라는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와 연일 진실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이날 세계일보가 “지난 5월 박 회장에게 A4용지 100여장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내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과정에는 7인회 구성원인 박 회장의 측근 전모씨와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개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 고위 관계자는 “근거가 불확실한 7인회는 수사 초점에서 ‘원 오브 뎀(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경원 지호일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