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예술의전당의 ‘예술의전당 콘텐츠 영상화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의원들은 “설익은 사업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11월 예술의전당은 ‘예술의전당 공연을 전국 어디서나 즐긴다’는 모토로 공연영상사업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연 쪽 사정을 모르는 고학찬 사장이 PD경력을 앞세워 영상사업에만 힘쓴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1년여 시간이 흘렀지만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예술의전당이 지난 5월 ‘문화의 날’을 맞아 CGV 15개 영화관에서 발레 ‘호두까기인형’ 무료관람을 진행했지만 일반인 배정 좌석수 729석 중 295명(40.5%)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공연영상사업이 뭐지=‘싹 온 스크린’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 오페라)의 영화관 진출사업 ‘메트 온 스크린’을 벤치마킹했다.
메트 오페라는 매년 200개 이상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면서 78만 명이 찾지만 관객은 늘 정해져 있었다. 평균 연령은 65세였고 특정 계층만 향유하는 문화로 인식됐다.
2006년 8월 소니 클래식 사장이던 피터 겔브가 총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메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메트 오페라 공연을 위성중계로 공연 실황하거나 녹화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영상 매체로 공연을 본 사람들은 극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매진 공연수가 직전 시즌보다 4배 증가했다. 스크린도 첫 해 100개에서 2010년 70여 개국 1500개로 늘었다. 관람객은 2만1000명에서 240만 명이나 됐다. 한국에서도 메가박스 등에서 상영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의 ‘싹 온 스크린’은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문화예술 기관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립현대무용단의 ‘증발’,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과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예술의전당 기획연극 ‘메피스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스피릿 오브 베토벤’ 등 다양한 장르 공연 9편을 촬영했다. 내년에는 4개 작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긍정적 평가 속에 문제점도 적지 않아=올해 예술의전당은 백령도와 울릉도 등 오지 주민은 물론 군부대, 학교도 찾아다녔다. 현재까지 120회 상영했고 1만2000명이 봤다.
일단 소외지역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고 이들이 나중에라도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무용단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인식이 많은데 ‘증발’은 현대무용의 메시지 전달 방법을 알려줘 흥미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관객들 반응도 좋다. 지난 7일 ‘호두까지 인형’을 본 직장인 이지영씨는 “지미집(크레인을 이용해 공중촬영이 가능한 장비)으로 찍은 장면은 객석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시선”이라며 “설명까지 더해져 다음엔 공연장에서 보고 싶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사업개발부 고영근 부장은 “고품질의 영상을 해외 매니지먼트 업체들에게 소개하면 공연 한류에도 한몫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많다. 참여율이 저조한 공연이 다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공연장 무대에서 상영되면서 공연계 쪽 반발이 심하다. 한 사립 발레단장은 “극장이 없는 지역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대구, 부산 등 대도시와 서울 인근 도시에서도 공연장에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져 지역 예술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이들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싹 온 스크린’ 문화 소외지역 위한 ‘싹’ 됐나
입력 2014-12-15 02:43 수정 2014-12-15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