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이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의 진원지를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옮아가고 있다. 당초 모든 의혹의 초점은 ‘정씨가 과연 문고리 권력 3인방과 함께 국정에 개입했느냐’였지만 최근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주도로 문건의 ‘의도적 조작 및 유출’이 이뤄졌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조 전 비서관 간에 주장과 반박이 이어지고, 문건 유출 이후 청와대의 사후조치에 대해서도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실, 부속실 등 청와대 내 핵심 포스트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도 모두 연관됐다.
우선 청와대는 모든 사태의 배후에는 조 전 비서관이 있다며 그를 정조준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 측근 전모씨, 오모 행정관 등이 포함된 이른바 ‘7인 모임’을 통해 관련 문건이 작성되고 유출된 정황이 짙다는 것이다. 검찰에 제출한 자료 역시 이들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감찰 결과가 “청와대의 조작”이라며 “7인 모임을 날조해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과 가까운 오 행정관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해 자신을 모든 의혹의 진원지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박 회장 측근 전씨는 지난해 조 전 비서관의 추천으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갈 뻔했지만 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탈락 배경에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의 반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출된 청와대 문건의 보고 배경과 경로, 사후 조치에 대해서도 입장은 서로 엇갈린다. 현재까지 드러난 경로를 정리해 보면 세계일보 기자는 지난 5월 조 전 비서관 중개로 박 회장을 만나 시중에 유출된 문건 사본 100여장을 전달했다. 문건 유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기를 희망했다는 게 세계일보 입장이지만, 실제로 박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또 6월 오 행정관을 통해 문건 사본들을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 문건도 박 대통령이 직접 보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건은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을 거쳐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내려왔고, 전달자인 오 행정관에 대한 조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기춘 실장이 관련 사항을 보고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에게 문건을 건넨 이유는) 김 실장을 믿을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호성 비서관은 자꾸 출처만 묻고 그 얘기를 안 하면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당시 오 행정관이 문건 유출을 보고하면서도 출처를 끝까지 밝히지 않아 감찰과 후속조치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오히려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사실을 정 비서관에게 알린 것이 사실은 문건과 자신이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자작극’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7인 모임은 조작이고, 청와대가 모두 꾸며낸 얘기”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모두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오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및 국정개입 논란 속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9∼11일 박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해 전국 성인 1005명을 휴대전화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한 결과 긍정평가는 41%, 부정평가는 48%였다고 밝혔다. 4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靑 정윤회 문건’ 파문] 靑“7인 모임서 문건 작성·유출” 조응천“靑의 조작”
입력 2014-12-13 03:36 수정 2014-12-13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