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 곁에 한국교회가 서겠다”

입력 2014-12-15 02:45
김영주 NCCK 총무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교회개혁과 사회개혁 부문에 대한 NCCK의 활동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총무는 인터뷰 내내 힘 있고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허란 인턴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로 강남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63회기 정기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총무 선거였다. NCCK 소속 회원교단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NCCK 실행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한 김영주 목사의 재임에 격렬히 반발한 탓이다. 예장통합은 선거 도중 총회 현장을 이탈하기까지 했다.

김 목사는 우여곡절 끝에 총무 재임에 성공했지만 '내부 연합'의 과제를 안았다. 이승한 국민일보 종교국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김 총무와 대담을 가졌다. 김 총무는 분열된 NCCK를 어떻게 추스를지, 향후 NCCK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한 복안을 상세히 밝혔다.

△이승한 종교국장=연임하게 됐다. 소감을 듣고 싶다.

△김영주 총무=항간에 떠도는 얘기가 많더라. 4년 전 총무 시작할 때 ‘잘해봐야겠다. 좋은 총무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돌아보니까 굉장히 부족한 게 많았다. 그럼에도 다시 기회를 주신 한국교회와 NCCK 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만큼 맡은 자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고 성경에 있듯이 충성스럽게 일하겠다.

△이 국장=부족한 것이 많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김 총무=두 가지다. 제사장적 사명과 예언자적 사명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사장적 사명은 종교사회학적 용어로 말하면 통합, 곧 갈등의 골을 메우고 각기 다른 사람과 화해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다. 예언자적 사명은 잘못된 길을 갈 때 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통합의 기능도 좀 잘못한 것 같고, 예언자적 기능도 잘못한 듯하다. 어떡하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통합할 것인가를 놓고 애를 많이 썼다. 통합은 때로는 포용하고 굴절된 것은 배제하는 것인데, 통합과 배제의 지점이 어딜까 고민했다. 이걸 내가 잘못 설정했던 때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단과 집단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것을 잘 지키지 못했다.

△이 국장=총무 재임이 순탄치 않았다. 특히 총무 선거 중 예장통합이 총회 현장을 빠져나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김 총무를 지지한 교단과 예장통합과의 관계가 냉각됐다. NCCK의 불협화음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가.

△김 총무=NCCK 가맹 교단의 지도자들은 다 훌륭하신 분들이다. NCCK는 90년 역사를 지내면서 나름대로 협력 화해 봉사 정의 평화 이런 부분에서 한 목적으로 같이 일했던 동지적 연대를 갖고 있다. 현재 9개 교단과 5개 단체가 모였는데, 관점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다. 에큐메니컬운동, 곧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 일할 때 목적이 다른 게 아니고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방법의 차이는 있다. 이번에도 교단과 교단 사이의 주장이 다소 달랐다. 나는 목적이 같으니까 큰 차이라고 보지 않는다. 해결법은 설득하고 교단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법밖에 더 있겠나. 무지개 색깔이 각각 다르지만 하나가 되면 아름답지 않나. 겸손하게 한국교회를 섬기려 한다. 헬라어로 겸손은 기어가는 것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더라. 한국교회를 섬기되 기어서 섬기겠다. 화려하고 정돈된 언어로 말하는 것보다 진정성 있는 대화 합의 공동의 노력을 이끌어내겠다.

△이 국장=김 총무의 1기 NCCK와 2기 NCCK는 달라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위원회 조직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김 총무=교회 개혁과 사회 개혁 두 가지다. 2017년이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 아닌가. 개신교가 사실상 탄생한 날이다. 루터가 개혁 과제로 삼았던 것이 95개 조항이다. 이 개혁 과제를 오늘날 한국교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어 보고 싶다. 그래서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위원회를 조직했다. 신학적으로 조망하고 정리해서 한국교회의 개혁 과제를 내놓을 생각이다. 1기 때 만든 홈리스대책위원회처럼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의 자리에 한국교회가 서겠다는 다짐으로 교회협력위원회도 만들었다. 홈리스는 그 사람들의 노력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IMF사태 이후 사회 구조가 바뀌면서 양산된 것이다. 돈 중심 사회로 변하면서 아버지, 어머니, 자식을 광장으로 몰아냈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최근 사건이 바로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다 들어가 있다. 이익을 위해 관공서와 결탁하고, 명령·지휘계통과 종사자들의 사명감은 엉망이었다. 선장부터 선원까지 상당수가 비정규직이었다. 우리 사회를 그대로 두면 세월호처럼 침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사회 변혁이 필요한데 이 일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정치권도 이익단체도 어렵겠지만 오히려 개신교가 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국교회가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하겠다.

△이 국장=교육과 언론위원회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 총무=우리의 교육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계급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 학벌과 학교 중심이다. 바른 교육을 위해 힘쓰겠다. 그리고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데, 교회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바른 언론운동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언론의 힘이 굉장히 세졌다. 권력이 언론의 눈치를 보고, 언론에 종속되기도 한다. 언론이 권력의 방향성을 제기하고 정권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예전에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웠는데 이제는 힘이 센 언론의 횡포를 막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국장=모든 사람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 총무=교회는 교회 자체가 아닌 타자를 위할 때 존재목적이 있다. 타자를 향한 하나님의 선교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크게 성장했지만 그러면서 본질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위기다. 교회의 위기 극복은 결국 본질을 되찾는 것이다. 목사님들을 만나면 우리가 한국사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봉사기관을 세우고 봉사활동을 하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한국교회에 대해 알아주지 않느냐고 묻는다. 통계를 보면 실제로 한국교회가 세운 봉사기관이 타 종교가 세운 것의 갑절이나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교회의 봉사를 교세 확장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교회가 이웃을 사랑해서 도와주고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이미지와 선교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교회는 줘도 되돌려받지 못할 사람, 가난하고 병든 사람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 그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이 국장=보수교단에서는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한국신앙직제)’를 불편한 시각으로 본다. 천주교와 일치운동을 한다며 NCCK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 총무=왜 오해하는지 모르겠다. 천주교는 우리 개신교의 중요한 대화 파트너다. 유감스럽지만 천주교가 없었으면 개신교도 없었다. 얼마 후면 크리스마스인데 이것도 천주교가 제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안 지킬 것인가. 사도신경이나 성삼위일체론 등 기독교 신학의 많은 것들도 천주교에서 정립된 것이다. 개신교는 500년의 역사뿐이다. 예수님 오신 이후부터 1500년까지의 역사를 부정할 것인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고 또 우리가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천주교가 왜 종교개혁이라는 저항을 받았는지, 천주교의 전통 속에서 잘못된 게 무엇인지, 그것을 대화하며 하나님의 교회다운 교회를 찾아가고자 하는 것이 한국신앙직제다. 일부가 생각하는 대로 천주교와 혼합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개신교와 천주교가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배워가려는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이 국장=천주교 직제에 맞추자는 것은 아닌가. 구원관과 성례전 등의 신학적 차이도 있는데.

△김 총무=그럴 수는 없다. 천주교는 중앙집권적 제도를 갖고 있고, 개신교는 그런 가부장적 질서가 싫어서 신앙의 직제를 바꿨는데 천주교의 방식을 다시 따를 수는 없다. 한국신앙직제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무엇을 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수준이다. 대화 의제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신앙직제가 개신교의 실질적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이 국장=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소득세법 시행령이 일부 개신교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투명하게 교회 재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목회자를 근로자로 봐야 하는지의 문제와 미자립교회 목회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 등에 대한 이견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 총무=한 국가에 소속돼 살면 누구나 국민의 의무를 져야 하다.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 등이다. 국가는 의무를 다하는 자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외적의 침입에서, 내부의 범죄로부터도 보호해야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고 있는데 적어도 기본권 침해를 받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의식주를 국가가 해결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목회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범주에 들어간다. 나는 마땅하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기 기능을 한다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국장=중대형 교회는 내는 곳이 많다. 불교와 가톨릭은 개별 종교인에게 과세하지 않는다. 결국 종교인 과세는 개신교 목회자에 대한 것인데 미자립교회 목회자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김 총무=큰 교회들이 감당함으로써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4대 보험 가입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과세와 관련한 국가의 폭력성이다. 정의 평화의 입장에서 볼 때 국가의 의무와 국민의 의무 등을 두고 대화로 해소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나는 기독교인, 비기독교인을 떠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는 하고, 국가에 대해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정리=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