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화로 호평받은 ‘원스’ 뮤지컬로 관객 찾았다

입력 2014-12-15 02:42
뮤지컬 ‘원스’의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출연자들이 무대 위에서 자유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아일랜드 영화 ‘원스’(감독 존 카니·2007)는 개봉 당시 저예산 독립영화(제작비 약 1억4000만원)로 국내에 소개됐다. 길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주인공 ‘그’와 꽃을 파는 체코이민자 ‘그녀’의 만남, 음악을 매개로 한 두 사람의 사랑과 회복을 담았다.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할리우드 대작과 비교가 되지 않는 스코어(누적 관객수 약 23만 명)를 기록했지만 음악 영화로써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해외에서도 그 해 아카데미상 주제가상과 로스앤젤레스 영화 비평가상의 최고 음악상을 거머쥐며 화제가 됐다. 대표곡 ‘폴링 슬로우리’는 여전히 대중에게 불린다. 존 카니 감독은 올 하반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을 만들었다.

이런 영화 ‘원스’를 대중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뮤지컬 무대로 가져오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남녀 주인공에게만 집중돼 있는 단순한 스토리, 화려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무채색의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 등. 기존 뮤지컬 문법에 투영해 보자면 심심한 작품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지난 3일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가 특유의 잔잔함과 따뜻함을 품고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작품은 2012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고, 비영어권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음악을 담당하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없고 흔한 세트 전환도 없다. 출연하는 배우는 단 12명. 같은 의상을 입고 2시간 20분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1000석 규모인 중대형 극장에서 ‘소극장’스러운 조촐한 구성을 구현해 냈다.

배우들의 역할은 극대화 돼 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만돌린, 기타, 아코디언, 베이스, 드럼 등이 무대 위 배우들을 통해 연주된다. 소품의 이동도 스스로 해낸다.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주인공 ‘가이’ 역에는 가수 출신 윤도현(42)과 이창희(34)가 꼭 들어맞는 연기를 선보인다. 상대 ‘걸’ 역은 주로 연극작업을 해왔던 배우 전미도(32)와 신예 박지연(26)이 톡톡 튀고 새침한 외국인 여성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영화와 비교할 때 ‘걸’의 능동성이 돋보인다. 서 너 개씩 악기를 연주하며 극의 하모니를 돋우는 조연들의 활약이 어느 작품보다도 눈부시다.

제작진은 음악 자체에 집중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작업 중 사용되는 음향 효과 채널은 40개가량인데 ‘원스’에선 86개가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무선 마이크가 70개. 곳곳에 설치 돼 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20분전부터 무대 위에서 출연 배우들이 자유 연주(잼)를 하고 한켠에선 주스, 와인 등을 판매하는 바를 운영하고 있다. 관객들은 공연 전과 중간 쉬는 시간에 무대 위에 올라 볼 수 있다.

화려한 무대 효과에 익숙해진 국내 뮤지컬 팬들이 심심하지 않을까. ‘원스’는 우려의 시선이 불식시키고 은은하고 진하게 마음을 녹인다. 작품은 2012년 브로드웨이 진출 후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했다. 내년 3월 29일까지 공연한다. 6만∼12만원(1544-1555).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