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경북 영주시] 묵향에 취했던 선비의 고장 ‘책의 향기’ 가득

입력 2014-12-15 02:36 수정 2014-12-15 15:39
경북 영주시는 ‘독서가 힐링’이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독서 장려 정책을 펴고 있다. 작은 도서관을 리모델링한 영주시 가흥2동 주민자치센터 내 북카페에서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영주시 제공

인문학의 도시,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북 영주시는 책을 가까이 하는 도시다.

시민들이 직접 정한 영주시의 시정목표는 ‘힐링 중심, 행복 영주’다.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촌, 무섬마을 등 영주의 아름다운 문화관광자원이 곧 힐링이지만 영주가 말하는 또 하나의 힐링은 ‘독서’다.

“독서는 세상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장욱현 영주시장은 독서와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특히 영주시가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청소년 독서문화와 평생학습도시 환경조성이다.

시는 경북도교육청과 2017년까지 시립도서관과 도립도서관을 통합해 복합문화시설을 갖춘 현대식 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도서관 운영과 관리는 경북도교육청이 맡아 함으로써 시는 시설관리에 따른 운영비, 인건비 등 연간 19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게 된다.

절감한 예산으로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자료실과 멀티미디어실, 시청각실, 문화강좌실과 1200석의 열람실을 갖춰 시설과 도서구입에 내실을 기하도록 했다.

시는 현재 시민들의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시립도서관 등 10곳의 도서관을 운영해 주민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 환경을 조성해 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북 페스티벌을 개최해 연간 2000여명의 시민들이 아동극, 인형극, 동화구연,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등 공연행사와 도서교환, 클레이, 냅킨아트 등의 체험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생애초기부터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게 해 책과 친밀해지게 하는 북 스타트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옛 선비처럼 글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주시의 독서 독려 대상은 시민들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의 마음과 시민들의 니즈(생활자의 생리적·신체적인 욕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행정 일선의 직원들이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장 시장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하며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라며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직원들이 지식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 상호간에 책을 권하는 분위기도 점차 확산돼 가고 있다. 부서별로 독서클럽을 운영하기도 하고 직원들의 생일에 선물로 책을 주고받는 문화도 정착됐다.

함께 근무하다보면 알게 되는 개인의 개성이나 관심 분야, 기호에 맞는 책을 고민하고 선물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직원들이 업무소통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개인 관심사를 나눔으로써 창의적인 분위기도 향상되고 있다.

요즘 세상은 스토리를 원한다. 자치단체도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기 위해 스토리 경영전략을 짜야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영주시가 스토리텔링팀을 꾸린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지혜와 지식을 바탕으로 영주를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현재 영주시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다.

영주시는 직원들이 업무추진 과정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엮어 만든 ‘선비들의 합창’을 출간하기도 했다. 책을 읽는 것은 물론, 제작하는 데까지 한발 더 나아갔다. 독서를 단순히 읽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장 시장은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좋은 글귀 하나가 힐링이고 행복이다. 시정목표인 ‘힐링 중심, 행복 영주’는 우리부터 먼저 그렇게 느껴야 한다”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선비들의 전통을 이어받은 도시인만큼 그 어느 도시보다도 더 열띤 독서문화를 가진 지역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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