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폐기물 처리 위한 중장기계획 서둘러야

입력 2014-12-13 02:56
경북 경주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정부의 운영 허가를 받아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1985년 당시 과학기술처가 처분장 건립 계획을 처음 발표한 지 29년 만이고, 착공한 지 7년 만이다. 방폐장 운영 승인은 갈등으로 점철돼 온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를 처음 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로써 현재 원자력발전소별로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율이 74∼96%에 이른 폐기물 처리에 숨통이 트였다.

경주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사용한 작업복과 장갑이나 부품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시설이다. 연약한 암반, 활성단층으로 이뤄진 지형, 지하수 유입 등으로 그간 공기가 두 차례나 연장됐을 정도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시운전 과정과 운영 과정에서 그간 제기된 지적 및 권고사항의 진행 추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는 일단 첫 단추를 뀄지만, 더 위험한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라는 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당초 정부는 이 숙제를 맡은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올 연말까지 제시하는 권고안을 토대로 내년 이후 처리 방식과 처분장 대상 부지를 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론화위의 권고안 제출 시기가 내년 4월 이후로 미뤄졌고, 이후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박근혜 정부가 대상 부지 후보로 선정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두려워 임기 내에 결론을 내지 않으려 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1년이 넘도록 공전하고 있는 공론화위는 위원들을 새로 구성해서라도 원전 폐기물 처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그에 앞서 원전을 언제까지 쓸 것이고, 추가 건설을 얼마나 더 할 것인지를 범국민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폐기물이 얼마나 나올지 알아야 처분시설 규모를 정할 것 아닌가. 지금처럼 전기소비 줄이기를 외면한 채 산업계에 싼 전기를 공급하는 한 발전용 원자로와 처분시설은 한없이 늘어나야 한다. 원전이 마냥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만은 아니고, 또한 우려하는 만큼 위험한 에너지도 아니라는 점을 꾸준히 알리고 토론하고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