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관계 개선을 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를 찾는 달라이 라마를 결국 만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약한 자들을 보듬는’ 활동에 힘써온 그의 행보와는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2일(현지시간) 로마에 도착, 사흘간 머문다. 그는 방문 기간 교황 면담을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교황청 대변인은 11일 “교황이 달라이 라마를 깊이 존경하지만 회의에 참석하는 노벨상 수상자 중 누구도 만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도 ‘교황청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나와의 면담을 거부했다’고 밝혔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이 보도했다. 교황과 달라이 라마가 만난 것은 베테딕토 16세 교황 때인 2006년 10월이 마지막이다.
현지 언론들은 교황청의 이 같은 결정은 교황이 달라이 라마를 만날 경우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 내 가톨릭 신자들이 보복성 박해를 당할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과 중국은 1951년 이후 공식 외교 관계가 끊어졌으나 교황은 지난 8월 한국 방문 당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 바 있다.
현지에서는 교황이 그동안 다른 종교와의 대화와 교류를 자주 언급했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달라이 라마를 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많다. 당초 이번 회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남아공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달라이 라마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해 장소가 로마로 바뀌었다.
손병호 기자
교황청, 달라이 라마 면담 거부… 교황도 중국 눈치는 본다
입력 2014-12-13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