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정죄하지 마십시오

입력 2014-12-13 02:37

세상에 계실 때 예수께서는 마음고생이 심하셨습니다. 남이 아니라 동족 유대인이자 믿음이 독실하고 거룩하다는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유독 그를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제사장과 장로 그룹도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기독교의 주류였습니다.

당시의 죄인들인 세리와 창녀와 이방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병들고 장애를 가진 이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까. 자칭 믿음이 좋다며 기독교의 주류라고 생각하는 목사와 장로, 그리고 성경을 많이 알고 경건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예수님을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나는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고 확신하면서 다른 사람을 향해서는 율법과 교리로 정죄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마가복음 7장을 보면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그의 제자 중 몇 사람이 부정한 손 곧 씻지 아니한 손으로 떡을 먹는 것을 보았더라”고 했습니다. 예수를 시험하고 고발하기 위해 수도에서 갈릴리 지방으로 몰려온 것입니다. 그들은 ‘왜, 당신의 제자들은 장로들의 전통을 지키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떡을 먹느냐, 크게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눈에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불경스러운 일이며, 어쩌면 기본을 의심하게 하고 구원받지 못한 시정잡배가 아니냐고 힐난당할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저들의 외식과 위선을 지적하시며 “사람의 계명으로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너희의 전통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는 일을 많이 행하는구나”라고 탄식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르시기를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모든 음식물은 깨끗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12장 23절에도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고 몸이 의복보다 중하느니라”고 했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하나님의 영광입니까. 자기 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남에게 주는 것입니다. 마음을 닫는 것이 아니라 여는 것입니다.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보듬는 것입니다. 부정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하고 수용하는 것입니다.

주님도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탄식하시고 체휼하시며 자신을 죽기까지 내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 안에서 경건하게 생활하며 신앙경륜이 많은 이들이 얼마나 쉽게 형제를 정죄하는지 모릅니다. 십일조와 주일 성수를 하지 않으며 이것이 나의 코드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죄는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 위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눈물 젖은 기도를 잊어버리고 복음이 떠난 그리스도인으로 예수가 없는 종교 생활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씻으려다 물은 놔두고 아이를 하수구에 버린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님께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예수 없는 교회, 복음이 없는 삶, 참회가 없는 신앙을 고집하고 있는지 뒤돌아보고 회개해야 합니다.

박현식 서울 대길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