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메탄 생성 박테리아는 괴짜 박테리아로 인식됐다. 그런데 칼 우즈는 그 박테리아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77년 발표된 논문은 기존의 박테리아(세균)를 진정세균과 고세균으로 나눠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스탠퍼드대 미생물학자 저스틴 조넨버그는 그 논문을 두고 생물학 전 분야에서 DNA 이중나선을 발견한 왓슨과 크릭이나 진화론을 제안한 다윈의 업적에 맞먹는다고 평가했다.
고세균이란 0.2㎛ 크기의 매우 작은 단세포 미생물로서, 이보다 작은 생명체는 지구상에서 바이러스뿐이다. 고세균은 말 그대로 아주 오래된 원시세균으로 보면 된다. 원시지구에는 산소 대신 메탄가스 같은 기체가 존재했는데, 고세균은 그 같은 원시지구의 환경과 비슷한 곳에서 서식한다. 즉 섭씨 100도 이상인 심해 열수공이나 소금 호수 같은 고염 지역, 극지방, 화산 속, 석유층 등 생물이 살기 힘든 극단적 환경에서 생존한다.
이후 칼 우즈는 생물 계통을 박테리아와 고세균, 진핵생물의 세 가지 도메인으로 분류했다. 고세균은 핵이 없어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원핵생물에 속하지만 세균과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분자생물학적으로 보면 세균보다 오히려 진핵생물에 가깝다. 칼 우즈는 굳이 나눈다면 고세균은 세균보다 진핵생물 쪽으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고세균은 지구 전체 환경에 널리 분포하며 전지구적 탄소순환 체계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유기탄소 매장층인 해저에서 단백질 분해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고세균이며, 지구 온난화 및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아산화질소를 발생시키는 것도 바로 고세균이라는 것. 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 사건인 2억5000만년 전의 페름기 대멸종도 메탄을 배설하는 고세균 때문에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 연구팀은 고세균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인류는 유례없는 항생제 저항성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고세균을 이용하게 되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고세균은 배양이 어려워 기능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고세균은 새로운 생물자원이자 지구 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연구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사이언스 토크] 고세균의 반란
입력 2014-12-1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