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휘부가 11일 폐쇄키로 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 2곳은 정치·사회·경제 등 각 분야 첩보가 집결되는 ‘정보의 블랙홀’이다. 외근이 많은 정보업무 특성 때문에 서울청 외부에서 독립 조직으로 활동해 왔다. 베일에 가려진 채 운영돼 온 분실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에 휘말리며 발가벗겨졌다.
문건 유출 진원지로 지목된 정보1분실은 범죄·정책 분야 첩보를 수집·관리했다. 남산 자락인 예장동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부지의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건물 3층에 입주해 있다. 입주 서류에는 ‘고려상사’란 상호로 등록돼 있고 간판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분실이라는 말은 경찰 설립 초기부터 쓰였다”며 “2000년쯤 내부적으로는 그 용어를 안 쓰기로 했지만 직원들은 아직 그대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보분실 직원들은 경정급인 분실장을 사장, 경감급은 부사장, 경위급은 전무로 불렀다.
정보1분실은 허술한 보안체계를 드러내며 정보분실 폐지론을 촉발했다. 박관천 경정은 지난 2월 아직 발령받지 않은 1분실에 드나들며 개인 물품을 보관했다. 1분실 직원들은 상관인 박 경정의 짐에서 청와대 문건을 발견하고 사본으로 빼돌리기까지 했다. 최모·한모 경위는 2월 16일 1000쪽에 달하는 문건을 복사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보분실 복사기는 복사 기록이 남지 않는다.
결국 1분실은 지난 3일 검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사상 초유의 굴욕을 당했다. 압수수색 직후 경찰들은 “수십년치 정보가 털렸다”며 한탄했다. 경찰이 오랜 기간 은밀히 수집해온 각종 첩보가 고스란히 검찰 손에 들어가게 됐다는 얘기였다.
정보2분실에 이목이 집중된 건 지난 9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에 들이닥치면서다. 경제·노정·문화·학원·사회 분야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2분실은 ‘신라상사’란 상호로 한화 건물 1, 2층 일부를 사용한다. 이 건물에 신라상사 소속으로 등록된 차량은 20대 정도다.
입주 경위는 1987년 한화 본사 신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화는 파출소 터를 포함해 사옥을 지은 뒤 같은 면적의 공간을 경찰에 제공했다. 그때 입주했던 을지로2가 파출소는 2006년 파출소 통폐합 조치로 철수하고 이때 생긴 빈 사무실을 정보분실이 사용해 왔다.
경찰 정보 조직의 대기업 건물 입주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사무실을 팔아 국고로 반납하고 이참에 서울청으로 들어가자는 얘기가 전부터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에 ‘분실’을 치면 다 나오는데 숨길 게 뭐가 있느냐”며 “밖에 있어야 하는 시설은 서울시청 별관처럼 정식 명칭을 붙이고 간판도 달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의 상급기관인 경찰청도 별도의 정보분실을 운영한다. 한남동에 통합 정보분실이 있다. 이 시설은 유지될 전망이다. 1·2·3분실을 한 건물에 모아놓은 거여서 이미 ‘별관’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靑 정윤회 문건' 파문] 폐쇄되는 정보분실은… 첩보 집결 ‘정보의 블랙홀’ 분실장을 사장으로 불러
입력 2014-12-12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