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결국 ‘종북 토크쇼’에 대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재미동포 신은미(53)씨를 출국정지하고 황선(41)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종북’이냐 ‘표현의 자유’냐를 놓고 격렬한 갈등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신씨에게 11일 오후 2시까지 피고발인 자격으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신씨가 응하지 않자 20일까지 출국정지 조치를 취했다. 신씨는 12일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경찰은 이날 황씨의 집, 토크 콘서트를 주관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해 토크 콘서트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활빈단 등 보수단체는 지난달 22일 두 사람이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 정권을 옹호하고 복지국가로 묘사했다며 고발했다. 경찰은 2011년부터 인터넷방송인 ‘주권방송’을 통해 북한 체제를 미화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황씨를 내사해 왔다.
‘종북 토크쇼’ 논란은 지난달 19일 서울 조계사를 시작으로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토크 문화콘서트’가 진행되면서 불거졌다. 신씨는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성악가 겸 교수로 활동하다 사업가인 남편과 2011년 처음 방북했다. 2012년 다시 북한을 찾은 뒤 6개월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방북기를 연재했다. 이를 엮은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2013년 우수문학 도서’에도 선정됐다. 황씨는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조선노동당 창당 60주년인 2005년 10월 10일 평양에서 딸을 낳아 ‘원정 출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두 사람은 토크 콘서트 내용을 왜곡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1일 조선일보·디지털조선·TV조선 대표이사와 기자 등 9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경찰의 수사 착수로 보수-진보 단체의 갈등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탈북자동지회 등 19개 탈북자 단체는 11일 토크 콘서트 발언이 탈북자들 명예를 훼손했다며 신씨와 황씨를 의정부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두 사람이 탈북민의 80∼90%가 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탈북민의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진보진영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의 주범은 종북 마녀사냥을 자행한 언론과 공안기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행사 자리에 사제 폭발물을 투척하게 한 것은 분단이라는 괴물”이라며 “우리 사회가 만든 짐을 폭발물을 던진 그 아이가 짊어지지 않도록 선처해 달라”고도 했다. 당초 기자회견을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가지려 했으나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이 출입문을 막아서고 항의집회를 벌여 장소가 변경됐다. 부산민권연대는 “종합편성채널이 종북으로 매도하고 배후가 있다는 소설까지 썼다. 이를 토대로 한 법무부와 경찰의 탄압이 사회를 혼란에 빠트렸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 11일 열릴 예정이던 토크 콘서트는 안전 문제로 취소됐다. 전날 전북 익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오모(18·고교 3년)군이 인화물질을 던져 200여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익산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 혐의로 오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종북 토크쇼 논란 신은미·황선, 결국 경찰 수사… “北 체제 미화” vs “표현의 자유” 갈등 고조
입력 2014-12-12 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