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강조·친절교육에 이웃배려까지… 공익광고 보면 ‘시대’가 보인다

입력 2014-12-12 03:40
1960년대 반공포스터, 1984년 친절 캠페인, 2002년 월드컵 때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속하자는 광고, 2013년 층간소음 방지 홍보물(왼쪽부터).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제공

‘불온 삐라를 보면 즉시 신고합시다!’

1960년대 반공포스터의 문구다. 60, 70년대는 경제개발에 저축, 산아제한과 함께 안보논리가 시대의 큰 축이었는데 이는 불온 삐라를 신고하라는 반공 포스터가 선명하게 입증한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계획이 궤도를 달리기 시작한 1964년.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대한뉴스를 통해 이런 자막으로 시작하는 광고를 봤다. 연속되는 동그라미가 줄줄이 아이로 바뀌는 장면을 통해 제 먹을 건 갖고 태어난다는 통념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정부의 산아정책은 지속돼 1984년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홍보물이 나오기도 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할 경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요즘에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18일부터 열리는 ‘광고는 메시지’ 전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사회 변천사를 조망할 수 있는 공익광고 70여점이 선보인다. 공익광고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정부에 가장 절실한 사회적 과제나 공공의 이슈가 제작돼 유포되기 때문이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하회탈을 내세운 ‘친절’ 포스터는 시민의식 개혁이 당시 정부의 최대 과제였음을 시사한다. 2002년 월드컵 때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속하자는 ‘일회용 월드컵?’ 광고에서는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가 사회에 미치는 힘을 읽을 수 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계층 간 위화감, 층간소음 문제 등 경제 성장의 부작용이 이슈가 됐다.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과 뭉크의 ‘절규’ 등 명화를 차용해 이웃에 대한 배려 메시지를 던졌다. 민간기업에서도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삼성생명의 ‘생명의 다리’가 대표적인 예다.

전시에서는 환경·동물 보호, 인권 수호 같은 세계 공통의 관심을 다룬 국내외 광고도 볼 수 있다. 기획자 김채하 큐레이터는 “공익광고를 통해 상생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참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