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결국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땅콩 회항’을 한 이유 등을 해명하면서 계속 말을 바꾸는 데다 정부 조사도 불성실하게 대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건을 ‘해프닝’ 정도로 축소시키려는 듯하다. 하지만 검찰은 비행 안전을 위협한 중대한 사고라고 판단한다.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을 부른 계기는 대한항공의 증거조작 의혹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사건이 알려지자 “사무장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다” “고성은 오가지 않았다” “기장과 협의해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노조까지 나서 이를 반박하면서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급기야 참여연대가 “대한항공이 사건 기록을 조작하고 있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로까지 확산됐다.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자리는 놔둔 채 보직에서 사퇴한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자 하루 만인 10일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대한항공은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각종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에게 12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대한항공은 11일 오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법상 정부가 항공사 관계자를 부를 수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벌금 500만원 외에는 강력한 처벌조항이 없다. 기장과 관제탑, 기장과 항공사 운영관리사의 교신 내용도 요청했으나 “곧 제출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보다 못한 국토부가 대한항공 임원 5명을 불러 엄중 경고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결국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고 나서야 조 전 부사장 측이 12일 국토부 조사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다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과 함께 1등석에 탔던 승객의 연락처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승객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명하지만 당시 1등석 승객이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하면 1명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지연작전으로 볼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기내에 있던 승객에게 제보가 들어오면 연결해 달라”며 언론에 요청하기까지 했다.
검찰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사무소에서 조 전 부사장이 탑승했던 항공기의 교신 내역 등 회항 관련 각종 자료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비행기가 도착한 후 떼어 내 잠시 보관했다가 다른 비행기에 부착한다. 다른 경로로 비행을 했을 경우 기록이 덮어씌워져 삭제되기도 한다. 검찰은 해외에 있는 항공기의 블랙박스가 확보되는 대로 분석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외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고, 비행 안전을 위한 절차를 무시한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압수한 자료의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 전 부사장을 소환해 경위를 추궁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데다 대한항공이 정부 조사에도 불응하고 있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수민 이용상 기자 suminism@kmib.co.kr
檢 압수수색 왜… 대한항공 안일한 대응, 증거조작 의혹도 제기
입력 2014-12-12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