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주한 美 대사들] ‘탁구 외교’ 마영삼 주덴마크 대사, 국가대표 경기 심판까지

입력 2014-12-13 03:48

“미국에 마크 W 리퍼트 주한 대사가 있다면 한국에는 마영삼(사진) 주덴마크 대사가 있다.”

마 대사는 외교부에서 ‘공공 외교’ 분야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공공 외교란 리퍼트 대사의 행보처럼 외교관이 주재국 대중에게 직접 다가가 자기 나라에 대한 호감을 상승시키는 외교 기법을 뜻한다. 마 대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정부와 정부 간 교섭·접촉 방식의 외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9·11사태’ 이후 외교관이 외국 대중과 상대하는 공공 외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 초대 공공 외교 대사를 역임한 뒤 지난 4월부터 덴마크 한국 대사로 임명됐다.

공공 외교에 임하는 마 대사의 ‘무기’는 탁구다. 그는 유별난 ‘탁구 사랑’ 때문에 2006년 국내 심판 자격증, 2012년 국제 심판 자격증을 각각 땄다. 자격증은 외교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덴마크 부임 직후 ‘코펜하겐 탁구 클럽’에 가입했다. 덴마크는 겨울이 춥고, 밤이 낮보다 긴 기후적 특성 때문에 실내 스포츠가 각광 받는다고 했다. 덴마크 각지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탁구 클럽이 활성화된 점을 활용했다. 매주 2회씩 클럽 소속 시민들과 시합을 하고, 심판도 봐줬다. 외교관의 취미·특기와 주재국 특수성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다.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한 결과 ‘외교관인 탁구 심판이 있다’는 소문이 덴마크에 퍼졌다. 덴마크 탁구협회로부터 자국 국가대표팀과 프랑스 대표팀의 경기에 심판으로 나서달라는 제안을 받고 참여했다. 그는 스포츠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유엔 ‘스포츠와 장애인 워킹그룹’ 의장을 맡는 외교적 성과까지 냈다.

현지 교과서를 수정한 외교관도 있다. 현재 윤병세 외교부 장관 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이기철 전 주네덜란드 대사는 부임 기간 ‘수산업 국가’로 분류돼 있던 네덜란드 지리 교과서에 충격을 받고 현지 교과서 집필자와 직접 접촉했다. 한국에 초청하고 교류를 늘리는 방식으로 협상해 ‘정보통신(IT) 강국’으로 표현 수정을 이끌어냈다.

공공 외교는 현지인에게 밀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특수성을 우선 고려한다. 추연곤 주과테말라 대사는 강력범죄가 잦은 현지 특성을 역이용했다. 한국인 이민자들이 투자한 거리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서울로’라고 이름 붙여 우리나라를 홍보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주한 중국대사관은 서로 상대국 블로거 초청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일반 시민이 ‘명예 공공 외교관’이 되는 역(逆)발상까지 나왔다. 외교부는 지난해와 올해 ‘국민 모두가 공공 외교관’이란 공모를 통해 시민 외교 활동가를 선발했다. 가수 돈 스파이크가 뽑혀 외교관 자격으로 케냐와 인도에서 음악 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