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때 술을 몇 번 거절했더니 융통성 없다는 소리나 듣고 대인관계가 엉망이에요.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 게 힘들어요. 목사님 저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직장사역연구소 대표 방선기 목사는 이 시대 ‘미생’들을 위로한다. “교회와 세상, 일과 신앙생활은 분리되지 않아야 할뿐더러 세상에 하찮은 일도, 하찮게 대해도 되는 일은 없다. 중요한 건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대하는 나의 마음, 나의 태도가 중요하다. 내가 의식해야 할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다.”(133쪽) 미국 유학시절, 방 목사는 아르바이트로 빌딩 청소를 하며 이런 진리를 깨달았다. 그러자 청소일마저도 하나님의 수업과정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목사’라는 공통적인 위치에서 주님의 일을 하고 있지만 각계각층에서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무엇보다 그 일을 통해 자신이 더 기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멘토들의 이야기다. 방 목사를 비롯해 고훈 김명혁 김해성 명성훈 박성민 박종화 박형규 서정인 손인웅 신민규 정태기 정현구 지형은 최일도 한진환 목사와 얼마 전 하나님의 품에 안긴 방지일 목사까지 모두 17인의 목회자들이 저자로 참여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지금 우리와 똑같은 방황의 시기를 거쳤다는 것. 그러다가 한줄기 빛인 말씀을 통해 인생의 해답과 위로를 얻었다. 그래서 책에는 이들의 인생을 뒤흔들었던 보석 같은 성경 구절이 들어 있다. 그 역시도 ‘미생’이었던 방선기 목사에게 빛이 됐던 말씀은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이다.
안산 제일교회 고훈 목사는 스무 살 청춘에 찾아온 폐결핵 말기 판정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유효기간 하루짜리인 선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 시절 만난 하나님, 그리고 그에게 다가온 한줄기 빛은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이다. 12년 전에는 말기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고 목사는 여전히 즐겁게 사역 최일선에서 외친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사랑하고 살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사랑하자, 사랑하자, 벅차게 사랑하다 가볍게 떠나자.”(25쪽)
‘밥퍼’ 최일도 목사는 청량리 노숙인을 시작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먹이고 병원까지 설립했다. 이런 열정은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약 1:27)는 말씀에서 비롯됐다. 최 목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사랑의 위대한 힘’을 소개한다. “사랑은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상한 마음을 치유하며, 가장 작은 것을 크게 하여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그 사랑은 오늘도 ‘사람’을 통해 흐른다. 그것도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258쪽)
컴패션 대표 서정인 목사는 자신의 자녀를 돌보는 것을 넘어 국제 어린이 양육 기구에서 아동 사역에 온 힘을 쓰고 있다. 그의 인생을 갈라놓은 말씀은 누가복음 15장 4절이다.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
책에는 사랑을 깨닫고 행복해지는 법, 잃었던 자존감을 올바로 세우는 방법, 풀리지 않는 대인관계에 대한 해법 등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 멘토들은 ‘도대체 옳다는 건 무엇일까요?’ ‘행복해지는 방법은 뭘까요?’ ‘인생에 시련이 닥쳤을 때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등 시대가 던지는 고민들에 대해 각각 답을 내준다. 책이 더 마음에 와닿는 이유다. 책을 읽으면서 한번 생각해 보자. 오늘 내 인생을 비춰주는 말씀은 무엇인지, 그래서 얻은 내 삶의 열매는 또 무엇인지를 말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책과 영성] 이 시대 미생들을 위한 17인의 따뜻한 위로
입력 2014-12-13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