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하며 순항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춤해지고 있다. 자신이 임명한 서울시립교향악단(시향) 박현정 대표의 폭언 논란, 야심차게 준비했던 서울시민인권헌장 무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서울역고가 프로젝트에 대한 주민 반발 등으로 박 시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일각에선 박 시장의 리더십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박 시장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갈지 주목된다.
박 시장은 서울시향 박 대표의 폭언 등 인권 침해 의혹과 관련, 책임론에 휩싸이며 이미지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2월 박 시장은 서울시 산하기관에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겠다는 취지로 박 대표를 임명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퇴진압박을 받고 있다. 결국 박 시장은 인사가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그를 등져야할 처지다.
박 시장은 11일 언론사 사회부장단 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기업에서는 개혁, 혁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그렇게 직원들을 꾸중해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아직 진상이 나오진 않았지만 (폭언 등이) 사실이라면 경영자로서의 문제가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반면 정명훈 예술감독에 대해선 두둔했다.
박 시장은 “정 감독에 대한 공격은 취임 직후부터 있었지만 서울시민이 사랑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문제가 좀 있다고 배제해버리면 대안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래식을 사랑하는 20만∼30만명의 시민이 있는데 세계적으로 역할을 하는 오케스트라 하나는 가져가야 한다”고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취임 초기 대표이사 인사 문제를 놓고 정 감독과 일부 갈등이 있었음은 인정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박 시장은 시민인권헌장 제정 불발을 놓고도 곤혹스러워했다. 세계인권의 날이었던 10일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힘들고 모진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시민운동가, 인권변호사 경력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과 시장이라는 엄중한 현실 사이에서 밤잠을 설쳤고, 한동안 말을 잃고 지냈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걱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서울역고가 프로젝트 역시 주민과의 소통, 자치구와의 협의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자 서울시는 뒤늦게 11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역고가 주변 4개동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수족관에서 물이 새 논란이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 승인을 해준 것을 놓고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 서울시장으로서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제2롯데월드를 계속 방치할 수도 없어 임시사용승인을 해줬지만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안전사고라도 터진다면 박 시장은 책임론에 휩싸이며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서울시향·인권헌장·서울역고가·제2롯데월드 현안마다 삐걱… 박원순 리더십 위기
입력 2014-12-12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