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소련의 스푸트니크호 발사 성공에 충격을 받아 1958년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를 설립했다. DARPA는 이후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고위험·고가치 연구에 몰두했다. DARPA는 정부의 간섭 없는 연구의 독립성과 특공대식 3∼5년 단위 연구진 운용 등으로 스텔스기, 레이더 개발 등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구 풍토는 DARPA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대표적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고위험·고가치 연구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 부분 개혁의제’ 보고서를 통해 혁신적 연구 침체의 주 원인을 관치(官治)라고 꼬집었다. 고위험·고가치 연구는 혁신적이고 산업 활용도가 높아 많은 수익을 창출하거나 새로운 산업군 또는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연구다.
KDI는 고위험·고가치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한 근본적 원인으로 예산을 무기로 정부가 갖고 있는 연구 권한이 정부 출연 연구기관, 대학 등으로 이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모든 연구 과정에 개입해 우월적 갑의 입장에서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연구진의 자율 역량이 키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주제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이 아니라 개별 부처가 산하 연구 기획·관리기관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개별 부처 상황과 필요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하향식 연구 지원이 고위험·고가치 연구를 가로막고 있는 사실은 정부 주도 연구개발 사업의 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과제별 연구개발 성공률은 2010년 지식경제부 지원사업의 경우 97%, 중소기업청 지원사업은 93%나 됐다. 이는 도전적이지만 위험 부담이 큰 연구보다는 단기간에 성공이 확실시되는 연구를 지원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KDI는 또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미래가 요구하는 고위험·고가치 연구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기획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수의 관료들에 의해 부처 간 조율이 미흡한 상태에서 연구사업이 발주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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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연구 가로막아” KDI, 정부 甲질에 화살
입력 2014-12-12 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