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특위 합의 이후 정치적 타협만은 경계하라

입력 2014-12-12 02:55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 특위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를 연내 구성키로 합의했다. 큰 틀만 합의했고 세부 사항에서는 아직 이견이 많아 제대로 굴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일단 의미가 있다.

앞으로 두 사안을 협상해 나가면서 여야가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여야 모두 정략(政略)을 배제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해외자원개발 실태 점검은 정치적 타협으로 마무리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가 살아가는데 밀접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들이다.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가며 진행했다가는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선거를 의식해 이해당사자인 공무원 집단에 휘둘린다든지, 친박 친이를 따지거나 특정 정치세력에 타격을 입혀 반사이익을 보려는 꼼수로 접근하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합의 직후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제각각 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 국정조사 대상 범위 등에 대한 엇갈린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정치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향후 있을지도 모를 정치적 타협을 감안해 내놓는 주장들이다. 여야는 특위를 시작하면서 명분 있는 원칙을 분명히 제시하고 투명하게 협상해야 한다.

둘째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회 특위와 국민 대타협 기구의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타협 기구는 합의 기구가 아니다. 공무원 노조 등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관련 대표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최선의 방안을 제시해주는 기구이다.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국회의 고유 권능이다. 대타협 기구에서 완전히 의견이 모아지지 않더라도 국회 특위가 논의 내용을 참고해 처리하면 된다. 이해당사자들이 입법 기능에 참여하게 되면 세월호 특위에서 보듯 배가 산으로 가게 된다. 개혁안 처리 시한은 여야가 협의해 못 박는 것이 좋겠다. 강제성을 띤 시한을 정해야 협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쉽다.

셋째 여야는 해외자원외교 국조가 국익 극대화 차원의 활동이라는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가 해외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에너지 ‘자주 개발률’이 4%에도 못 미치는 현실은 우리가 얼마나 에너지 자원에 취약한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자원외교를 하면서 정권 실세들이 관여해 엄청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철저히 점검해봐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낭비를 예방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국회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2010년 1조2555억원이던 해외자원개발(유전개발 출자) 예산이 내년엔 570억원으로 대폭 깎였다. 예산 낭비 여부는 국조에서 대강 밝혀지겠지만, 국회도 점검없이 정권 실세들이 관여한 사업에 마구 퍼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가 이익에 관한 한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