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날 다혜 엄마를 만났다. 다혜 엄마는 나의 오래 된 학부형이다. 이십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다혜 엄마와 한결같이 친밀하게 지낸다. 언제나 이런 저런 일로 내가 좋은 날을 맞으면 그녀는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들어 찾아왔다. 어느 날 다혜 엄마가 책을 한 권 건네며 말했다. “선생님 이 책은요, 우리 장로님이 교회 집사님과 나눈 카톡 내용인데 목사님께서 책으로 묶어보라고 하셔서 만들었어요. 한번 읽어 보세요.” 다혜 아빠는 장로시다. 그 교회 집사가 혈액암으로 어려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데 다혜 아빠는 투병 중인 집사와 카톡을 통해 매일 쪽지편지를 나누었다고 한다. 다혜 아빠는 퇴근 후 새벽까지 병중인 집사에게 위로가 될 만한 자료도 찾고 글도 써서 다음 날 집사에게 카톡을 보냈고 집사는 카톡을 보고 또 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다혜 엄마에게 받은 책을 읽어보았다. 다혜 아빠가 집사에게 보낸 글들은 우리의 어린 시절, 난로 위 도시락처럼 구수하고 따뜻했다. 위로도 격려도 웃음도 있었다. 지난가을 어느 날 쓴 짧은 글 한 편을 보면 아픈 이를 웃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빨리 왕이 된 사람은?(바로왕) 엄마들이 제일 좋아하는 성경은?(아가서) 하와는 매일같이 아담의 무엇을 확인했나?(갈비뼈: 다른 여자 만들까봐) 산부인과 의사들이 제일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마태복음 1:1∼낳고, 낳고)… 집사님∼♡ 성경은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과학, 문학, 음악, 미술…. 성경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웃음으로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성경에서 유머를 골라 보았습니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맘껏 웃어보세요, 그리고 푸른 하늘을 마음 가득 품어보세요.” 다혜 아빠는 투병 중인 집사와 세월을 함께하고 있었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그렇게 보냈다. 추운 겨울 편지는 더 길고 더 따뜻하다. 병중에 맞는 겨울이 마음까지 춥게 할까 염려하는 듯했다. 따뜻한 겨울은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있어 가능하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따뜻한 겨울
입력 2014-12-13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