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 개발 승무원·캐디 등 보호에 적극 활용할 것”

입력 2014-12-12 02:06

“서비스 업종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가운데 감정 노동으로 인한 재해 발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 수준과 정신적·육체적 폭력 정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도구를 통해 감성노동자 보호를 위해 적극 활용하겠습니다.”

안전보건공단 이영순(68·사진) 이사장은 1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공단은 지난해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를 개발해 현재 신뢰·타당성 검증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감정노동자란 비행기 승무원, 백화점 직원, 골프장 캐디 등 감정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인 서비스업 종사자다. 공단에 따르면 감정노동으로 인한 재해 발생 건수는 2010년 21건에서 지난해 53건으로 늘었다. 이 이사장은 “감정노동 문제는 무엇보다 고용주인 기업과 함께 소비자도 인식이 변화돼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감정노동자가 우리 가족이나 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취임한 이 이사장은 26년간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안전공학 분야 전문가다. 학계 전문가가 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도 이 이사장이 처음이다. 그는 국내 산업 구조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 재해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전체 산업재해자의 33.3%가 서비스업 종사자였으며, 재해자 수도 서비스업(3만526명)이 제조업(2만9432명)을 넘어섰다. 서비스업은 업종의 다양성, 잦은 휴폐업, 높은 이직률 등 때문에 체계적 안전관리가 어려운 분야다.

이 이사장은 “서비스업 위험직종에 대한 기초실태조사를 올해 중 완료해 직종별 재해예방 특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50인 미만 서비스업 사업장에 대한 교육의무화 등의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분야에는 여성, 중장년층, 외국인 근로자 등이 간접고용이나 비정규직 형태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재해 발생 시 보호에 취약하다. 이 이사장은 “산재 취약 계층이 서비스업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산재 예방 정책은 우리사회 안전망 구축이라는 점에서도 반드시 해결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재임기간의 과제로 안전을 ‘산업현장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을 꼽았다.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가 공유하는 안전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면서 “근로자부터 사업주, 시민단체, 학계 등 우리사회 모두가 함께 안전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