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혐한 시위로 대표되는 자국 내 ‘헤이트 스피치’(특정 민족·국민·인종에 대한 혐오 시위나 발언)를 근절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불안과 혐오감을 주는 헤이트 스피치는 인간의 존엄을 손상시킨다고 지적한 뒤 시민의식 제고를 위해 인권교실 등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찰청은 지난 3일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을 극단적 민족주의·배외주의적 주장에 기초해 활동하는 극우 우파 시민단체라고 처음으로 명시했다. 재특회는 “조선인을 일본에서 내쫓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혐한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다. 법을 집행하는 일본 당국의 조치는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미덥지 않은 구석이 여전히 있다. 일본 정부가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헤이트 스피치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학교 주변에서 혐한 시위를 벌인 재특회에 대해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헤이트 스피치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 국무부도 지난 2월 재일 한국인을 겨냥한 일본 극우 단체들의 혐한 활동을 한국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섬뜩한 증오와 저주로 가득 찬 헤이트 스피치는 비이성적인 폭력 행위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그동안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방관해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아베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마땅하다. 일본 재판부조차 재특회 활동이 인종차별에 해당된다면서 인종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본의 현행법으로는 혐한 시위를 억제할 수 없다고 한다. 불특정 집단에 악담을 퍼붓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정비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그래야 국제사회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게 되고, 한·일 관계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설] 日, 혐한시위 근절 위한 구체적 조치 내놔야
입력 2014-12-12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