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35) 예루살렘 거리에 울려 퍼지는 찬양-이스라엘 성지에서

입력 2014-12-13 02:40 수정 2014-12-13 23:01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서 만난 유대교 아이들의 모습. 이 땅에서 거리의 예배가 한국의 크리스천 청년들에 의해 이뤄졌다. 성지를 소개하기에 바쁜 나라가 아닌, 깊은 묵상과 기도가 살아나기를 청년들과 기도했다.

2011년 7월 30일, 드디어 이스라엘이다. 성지 순례 명목으로 많이들 오는 땅이다. 나는 역사적 관점과 더불어 현재의 위치도 같이 보고 싶었다. 그 들뜸과 기대로 이곳까지 광야를 달려왔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베들레헴, 예수님이 탄생한 이곳에 이르러 2000년 전 우리를 위한 구원의 시작에 감격했다. 예루살렘에서는 십자가를 메고 걸었던 수난의 길(Via Dolorosa)을 따라가 본다. 십자가를 그리며, 복음을 떠올려본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진리되신 예수님의 삶과 말씀의 의미를 묵상한다.

그뿐이랴. 갈릴리 호수며 팔복교회며 유대 광야, 쿰란 동굴, 나사렛, 사해, 마사다 등 성경 속 지리와 역사를 찾아다닌 여정은 정말 뜻 깊었다. 때론 하늘 영광을 버리고 선택한 고난의 자리가, 또는 사역의 자리가 이제는 관광객들을 위한 가게들로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세속화된 모습이 아프기도 했다.

유대교가 국교인 이스라엘은 토요일이 안식일이다. 감람산에 위치한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저녁에는 또 다른 교회에서 주최하는 거리 예배에 참석했다. 이스라엘에 유학 온 청년들과 여행 온 청년들, 그리고 이곳으로 단기선교 온 사랑의교회 청년들까지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인 청년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집회의 자유가 허락된 곳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찬양을 부를 수 있어 감사했다. 예배당 안에서 정형화된 찬양이 아닌 절로 은혜와 감격에 젖어 드리는 자발적인 찬양의 은혜가 거리에 피어났다.

예루살렘 시내 한복판(벤 예후다 거리)에서 뜨겁게 노래를 부르자니 외국인들도 신기한지 다들 서서 보다 감동받으면 가스펠을 따라 부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교회의 다음 세대인 청년들과 함께하니 심장이 팔딱팔딱 뛰었다. 생동감으로 살아 있음이 느껴졌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이루시던 나이에 근접해가는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거리 찬양은 전도나 선교가 목적이 아닌 오직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게 우선순위 목적”이라는 취지에 공감이 간다. 우리 힘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볼까 하는 것이 아닌 예배에 초점을 맞추고 주님께 진심을 드리는 것. 우리는 그간 얼마나 사역의 열매에 집착하며 살았던가. 이루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기도하며 인내하지 못하고 은혜를 감히 눈에 보이는 것으로 계수하려 들려고만 했다.

알지도 못하는 청년 수십명이 모였다. 그리고 예배 후에 헤어졌다. 감동의 여운은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새벽이슬 같은 청년들이었다. 한국 교회에 만연한 정복주의적 선교가 아닌 진심과 사랑으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는 것이었다.

벤 예후다 거리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감사했다. 신앙을 순수하게 간직하고 사랑을 품는 멋진 청년들이 있다는 것, 오래전에 말씀이 있었던 자리에 지금은 찬양의 감격이 있다는 것, 하나님을 향한 열정(God in)이 죽지 않았음을 확인한 것, 진리의 푯대를 향해 달려갈 소망이 꺼지지 않았음을 또한 기뻐했다.

나는 기도했다. 이스라엘이 성지(聖地)로서 가이드하기에 바쁜 나라가 아닌 깊은 묵상과 기도가 살아 꿈틀대는 땅이기를…. 특별히 사역자의 사명을 감당하는 이들에게 성경 지식뿐만 아니라 영성에도 덕이 되는 감격의 땅이기를 말이다. 바삐 돌아다니는 성지 순례보다 예루살렘에서의 거리 예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나님과 동행한 은혜였다.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