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왜란 흔적이 서린 남원 교룡산성

입력 2014-12-12 02:10
교룡산성 홍예문. 남원시 제공

전북 남원은 광한루와 춘향전만 있는 곳이 아니다. 남원성과 교룡산성도 있었다. 정유재란 때 남원에 원군으로 온 명군 장수 양원은 성 밖 견고한 교룡산성을 지키지 않고 남원성에서 왜병을 막아 싸웠다. 그러나 몇 겹으로 포위해 공격한 왜병에게 함락당해 성 중 군사와 백성 1만여명이 모두 죽었다. 지금 남원성은 북쪽 성벽 일부만 남아 처절한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교룡산성은 양쪽 능선을 감싸면서 축성한 포곡식 산성이다. 숙종 때 쌓은 동문인 홍예문은 문루가 사라진 퇴락한 상태지만 지금도 당당하면서 아름답다. 산성 전공 심정보 교수(한밭대)는 “교룡산성은 경상도에서 지리산을 넘어 전라도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이순신 장군에게 바닷길이 막히자 왜병이 육로를 통해 전라도를 침략했다”고 말한다.

120년 전인 1894년에 동학 지도자 김개남은 수만명 동학농민군을 남원성과 교룡산성에 집결시켰다. 또다시 남원은 일본의 침략을 막으려는 저항군의 본거지가 되었다. 교룡산성은 지금도 거기 그대로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서려 있는 성벽이지만 전란도 시간을 따라 멀리 지나갔다. 남원시는 전북기념물 제9호로 지정된 교룡산성 북문지를 발굴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계획이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