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朴 경정이 빼돌린 청와대 문건...2월16일 정보분실서 대량복사

입력 2014-12-11 04:36 수정 2014-12-11 10:57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정씨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불장난’으로 일축하며 전면 부인했다. 김지훈 기자

박관천(48) 경정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장실에 옮겨놨던 청와대 내부 문건이 올 ‘2월 16일’에 대량 복사된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박 경정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해제 후 지난 2월 10∼16일 자신의 짐을 상자 등에 넣어 정보1분실장실에 임시 보관했다.

10일 검찰·경찰 등에 따르면 정보1분실 최모(45) 한모(44) 경위는 박 경정이 갖고 나온 1000쪽 분량의 청와대 문건을 발견하고 2월 16일에 분실 복사기로 복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경정의 정보1분실장 발령이 무산돼 자신의 짐을 다시 빼가기 직전이다.

최 경위는 이후 ‘○○○ 비서관 비위 연루 의혹 보고’ 등의 문건을 언론사에, 한 경위는 승마협회 동향 문건을 한화그룹 대관(對官)업무 직원에게 넘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경정은 지난 4월 세계일보가 청와대 문건 내용을 보도한 뒤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내가 문건 유출자가 아니라는 증거”라며 문건 복사본 일부를 보여준 적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박 경정이 경찰에 원대복귀하면서 청와대 문건을 1차로 반출한 데 이어 시중에 2차 유포될 때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이 확보한 한 경위의 휴대전화에서 모 기자가 “박 경정에게서 (청와대) 보고서를 받았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박 경정이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별도로 보관하다가 지난 9∼10월 직접 언론사에 전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산케이신문이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관련 의혹을 보도한 이후 정윤회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부각되던 시점이다.



검찰은 박 경정의 직속상관이던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문건 유출을 공모했거나 방조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경정에게) ‘당신이 정보분실로 나가도 박지만 EG 회장 관련 업무에서는 나를 계속 챙겨줘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박 경정이 박 회장 관련해서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만 출력해 들고 나갔다고 하더라”고 발언한 바 있다.

여기에다 청와대 측은 ‘조 전 비서관과 그의 전 부하직원 등 7명이 정기적으로 회동했고, 이 모임이 의도를 갖고 문건 작성·유출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자체 감찰결과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내용에는 조 전 비서관과 전직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2명, 검찰 수사관, 전직 국정원 간부, 박 EG 회장의 측근 1명이 ‘조응천 그룹’으로 지목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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