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10일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조 부사장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조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알려진 지 이틀 만의 백기투항이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조 부사장은 이날 오후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3월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자리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부사장이 그랜드하얏트호텔을 운영하는 칼호텔네트워크를 비롯해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조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이륙 직전 승무원의 견과류(마카다미아 너츠)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았고, 결국 항공기가 회항해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실이 알려져 드센 비판을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즉각 위법 여부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커졌다. 대한항공은 사건이 공개된 당일인 8일 밤 뒤늦게 ‘항공기에서 쫓겨난 사무장에게 잘못이 있었고, 조 부사장은 임원의 의무를 충실히 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가 오히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조 부사장은 피해를 입은 승객 등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9일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열어 조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부사장 신분과 등기이사 자리는 유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외신들도 한국 최대 항공사에서 일어난 희대의 사건에 조롱 섞인 관심을 보냈다.
조 부사장의 사퇴는 악화되는 여론과 한진그룹 전체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이미지가 중요한 항공사 입장에서 ‘로열패밀리’의 행동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은 셈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안일한 상황 인식과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 부사장이 떠밀리듯이 사표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된다. 참여연대는 서울서부지검에 조 부사장을 항공법·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야당은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에서 “내부 증언과 대한항공 노조 등에 따르면 무슨 이유에선지 조 부사장이 상당히 흥분한 상태로 여승무원에게 욕설과 고함을 퍼부었다”며 “다른 직원이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라고 하자 ‘너는 또 뭐냐’며 고함을 쳤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무장에게 ‘야, 이 ××야, 빨리 기장한테 연락해서 후진하고 너 내려’ 하는 식으로 내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조 부사장이 기내에서 다소 언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승무원을 비하하는 욕설은 없었다는 것이 해당 승무원들의 진술”이라고 해명했다.
유성열 나성원 기자 nukuva@kmib.co.kr
대한항공, 그룹 위기…‘땅콩 리턴’ 결국 백기
입력 2014-12-11 0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