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고문보고서 공개] 오바마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일” 매케인 “진실의 약 삼키기 힘들어”

입력 2014-12-11 03:54
미국 중앙정보국(CIA) 고문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되고 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잔혹한 인권침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CIA 고문은 우리의 가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 이익에도 부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에 중대한 타격을 줬다면서 “앞으로 절대 이런 방법(고문)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을 강하게 하는 힘은 과거를 직시한 뒤 더 좋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테러와의 전쟁’이었을 뿐이라는 공화당 당론과 달리 “진실의 약은 때로 삼키기 힘든 법”이라며 보고서 공개를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베트남전에서 5년간 포로생활을 경험한 바 있다.

중국은 즉각 “우리는 인권문제를 정치화하고 이중기준을 들이대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각종 인권보고서로 중국의 인권실태를 비난해온 미국에 반성을 촉구했다.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이슬람 무장단체 조직원이나 이들의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서는 미국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다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불똥은 영국 등 유럽으로도 번졌다. 보고서 공개 이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이 CIA의 비밀작전인 ‘범인 인도’ 프로그램에 대해 대외정보부(MI6)로부터 매순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가 (고문 등 구체적 사안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개입 금지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도 “미공개 부분에 MI6가 고문에 협력했다는 상세한 내용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레어 전 총리와 스트로 전 장관은 논평을 거부하거나 부인했다.

폴란드 정부가 계속해 부인해 온 자국내 CIA 비밀 감옥의 존재도 사실상 폭로됐다. 로이터 통신은 “보고서는 감옥 소재지를 지웠지만, 수감자 이름과 이송 날짜 등이 과거 공개됐던 폴란드 비밀 감옥 수감자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비밀 감옥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태국 등 협력 국가들도 대테러 경계령이 내려지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