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윤성민] 도서 할인율 ‘15% 제한’도 규제 개선?

입력 2014-12-11 02:30

도서정가제가 성공적인 규제 개혁 사례일까. 제도에 장점도 있지만 각종 연구기관이 허점을 제기하고 여전히 소비자·출판사·유통업자 모두 불만을 털어놓고 있어 섣불리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현 정부가 말하는 개혁인가. 그것도 아니다. 현 정부에 규제는 ‘철폐’ 대상이다. 신간·구간 관계없이 책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는 규제의 벽을 세우는 쪽이다. 도서정가제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규제 개선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도서정가제는 ‘규제정보 포털’에서 규제 개선 사례로 홍보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직접 나서서 최근 규제정보 포털을 개편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도서정가제가 규제 개선 사례로 올라와 있는 이유를 물었다. 담당자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포털을 관리하고 있는 국무조정실에 묻자 “규제 개선엔 규제를 강화한 사례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규제 개선 사례로 올라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설득력 있는 답은 아니었다.

도서정가제가 규제 개선 실적에 올라와 있는 이유가 짐작은 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규제 개혁, 개혁 외치니까 개혁할 거리 찾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까지 열자 각 부처가 실적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규제정보 포털 등록 규제 감축·완화 사례 464건 중 355건(75.6%)은 엉터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서정가제도 엉터리 실적 중 하나인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방향엔 여전히 국민의 반대가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규제 개선 사례가 버젓이 홍보된다면 규제 개혁에 대한 반감은 더 높아질 것이다.

윤성민기자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