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유가 50달러로 폭락… 세계경제 1조달러 부양효과”

입력 2014-12-11 02:09
원유 가격이 몇 달 안에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시간)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보고서를 인용해 “다년간의 공급 과잉과 저가 천연가스(LNG) 기술 발전 등 세계 에너지산업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원유 가격 하락은 세계경제에 1조 달러(1102조5000억원)에 상당하는 경기부양을 일으킬 것이며 이는 7300억 달러(804조8250억원)의 감세 효과와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BOA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을 ‘OPEC의 화학적 용해’에 결정적인 단서로 지목하며 “저유가 사태가 예상보다 오래, 심각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과점 담합이 붕괴되면서 원유 가격 책정이 시장에 맡겨졌다는 것이다. 이는 급격한 가격 변동과 무질서한 거래로 이어져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부유한 산유국만 이익을 볼 것이라고 BOA는 관측했다.

경쟁자인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업체도 막대한 손실에 직면했다. BOA는 원유 가격이 55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절반 이상의 업체가 경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원유생산 업체들이 유가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경비절감과 신규투자 중단을 잇달아 선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배럴당 70달러는 돼야 한다”고 밝힌 다국적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처럼 대다수 에너지 업체들이 OPEC의 저유가 공세에 맞서 잔뜩 움츠리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이 지속되거나 더 악화된다면 감산은 물론 폐업하는 업체도 나타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국제 유가가 최저 43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유생산 업체뿐 아니라 저가 원유를 생산하는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과 LNG 업체 등 유화산업 전반의 공멸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