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화점들 유명 맛집 모시기 경쟁… 대박 먹거리 들여놔야 고객도 매출도 쑥쑥

입력 2014-12-11 03:43
삼진어묵
롯데백화점 식품MD팀 황슬기(33·여) CMD(선임상품기획자)는 지난주 서울 강남구의 한 마카롱 가게를 찾았다. 서울에서 가장 맛있다는 이 가게 마카롱을 입점시키기 위해서였다. 단독 입점 성사를 위해 여러 차례 방문했던 서울 서초구의 유기농 쿠키 가게도 다시 찾았다.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백화점 업계가 최고의 먹거리로 고객 유인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다른 상품 부문의 매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식품 부문 매출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고, 집객(集客) 효과 역시 큰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백화점마다 식품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황 CMD도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백화점 업계는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2.2% 감소했지만 식품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8% 늘었다. 식품 부문을 제외한 비식품 부문 전체는 2.9% 매출이 줄었다. 식품관 리뉴얼 등으로 식품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식품 부문 매출이 등락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올해 전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 정도 신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관으로 인한 집객효과 역시 큰 편이다. 지난 8월 리뉴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식품 매출과 함께 명품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한 달간 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하는 동안 명품 매출도 9.2% 늘었다.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점 역시 식품관을 ‘신세계 푸드마켓’으로 리뉴얼 오픈한 후 3개월간 명품 판매가 11.7% 증가했다. 전체 점포 매출도 8% 정도 신장했다.

식품관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백화점들은 경쟁적으로 맛집을 유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2일 서울 노원점에 서울 3대 빵집 중 하나로 꼽히는 ‘나폴레옹과자점’ 매장을 오픈한다. ‘김영모과자점’을 잠실점과 수원점에 입점시킨 데 이어 서울 3대 빵집 중 2개 브랜드를 유치하게 됐다. 또 ‘이성당’ ‘삼진어묵’(사진) ‘판다익스프레스’ 등 올해에만 30여개 식품 브랜드를 새로 소개했다. 지난달에는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대전점 1층에 디저트 전문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무역센터점에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피에르 에르메 파리’를 오픈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오픈 당일 하루 매출만 4000만원으로 다른 식품 브랜드의 월 평균 매출에 근접했다. 지난해 압구정 본점에 입점한 ‘몽슈슈 도지마롤’에 이어 일본 오사카 롤케이크 중 하나인 ‘핫삐돌체’도 새로 들여왔다. 올해 두 차례 팝업스토어 형태로 소개했던 홍콩의 ‘제니 베이커리’를 유치하기 위해 담당 바이어가 250통 이상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별로 식품관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유명 맛집의 경우 브랜드를 공동으로 유치하는 것보다 단독으로 유치하기 위한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