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계약직 신입사원 신분으로 겁도 없이 회사가 포기했던 요르단 중고차 사업을 기획안으로 내놓으며 맹활약을 펼친다. ‘드라마 내용이 허구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은 기자가 요르단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사라졌다. 지난 2일 암만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틀간 요르단에 머무는 동안 한국산 자동차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지인들은 미생은 잘 몰랐지만 한국 중고차를 묻는 질문에는 예외 없이 엄지손가락을 높였다. 암만 자르카 지역에 위치한 중고차 매장에도 한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장에서 만난 압둘 하디(58)씨는 자신은 기아차 세피아를, 아내는 아반떼를, 여동생은 소나타를 중고로 구입해 타고 있다며 스스로를 한국차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중고차는 연비가 좋고 부품 값이 싸서 동급의 일본차보다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경찰관인 무함마드 고하드(30)씨 역시 “한국차는 유럽차와 달리 대부분 자동변속기에 풀 옵션이어서 요르단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유세프 알쉬쉬(50)씨는 “한국산 중고 승합차를 사서 시골에서 버스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형버스 시장은 한국산 중고차가 대부분 점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요르단은 2012∼2013년 한국산 중고차 세계 2위 수입국이다. 2012년 10만5093대에 이어 지난해에도 6만대가 넘는 한국산 중고차가 요르단에 수출됐다. 2012년 7월 이후 요르단 정부가 연식 5년을 넘는 중고차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음에도 한국산 수입 물량은 꾸준하다. 이 조치로 오히려 시장에서 연식이 6∼7년 된 한국산 중고차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할 정도다. 인기 있는 차종은 아반떼 등 준중형 차량이다. 2010년식 아반떼 가격은 8500∼1만 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요르단은 한국산 중고차 중개무역의 중심지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산을 포함해 지난해 요르단에 수입된 외국산 중고자동차 15만대 중 11만대는 시리아, 이라크 등 다른 중동국가로 재수출됐다. 정치·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요르단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소요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최적의 중고차 재수출 교두보로 각광받고 있다.
코트라 현지무역관 관계자는 “한국차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성능과 연비도 좋아 요르단 중고차 시장의 6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6배 정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만(요르단)=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르포] 장그래, 요르단 중고차사업 허구? 실제 현지에 가보니… ‘정말 그래’
입력 2014-12-11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