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유산균을 처방하고, 이분이 한 달 뒤에 임신이 됐어요. 5년간 불임이었는데.” “물구나무서기를 하게 되면 후두부 동맥의 혈류량이 5배 이상 증가됩니다… 모낭에 혈액이 공급돼 머리카락이 자랍니다.” 케이블방송이나 홈쇼핑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부 의사들의 허황된 말이다. 그럴듯하게 설명을 하지만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얘기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제시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과장 광고하면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이런 의사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일명 ‘쇼닥터(show doctor)’들이다.
허무맹랑한 치료법이나 잘못된 의학상식을 전달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자못 크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은 의사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보다 자신의 수익을 좇는 이들 쇼닥터의 몰지각한 행태는 이제 도를 넘어섰다. 지명도를 얻기 위해 아예 돈을 주고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관련 의사회 및 학회에 쇼닥터들을 제재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되는 이유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의사협회가 쇼닥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방송 출연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의협은 문제가 되는 의사들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의협 내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미 쇼닥터로 활동하는 2∼3명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방송사에 돈을 지급하고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구체적 내용을 담기로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의료계 내부의 자정활동은 진작 나왔어야 했다. 의료계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사의 방송 출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쇼닥터들을 걸러내야 한다. 황당한 쇼닥터들은 회원 자격정지나 제명 등으로 엄중 제재해야 한다. 의료계에서 자체 정화가 안 되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의사 면허자격 정지·취소라는 행정처분을 비롯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설] 황당 발언으로 물의 빚는 ‘쇼닥터’들 퇴출시켜야
입력 2014-12-11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