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재분배 방식 통한 성장전략만이 지속성 있다

입력 2014-12-11 02:4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소득 불평등이 경제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선진국 정부 간 정책연구 협력 기구인 OECD는 9일 ‘불평등과 성장’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양극화를 해소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특히 OECD 회원국 가운데 소득 불평등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불평등 해소가 필수적이라는 이 보고서를 주목해야 한다.

OECD는 1985∼2010년 기간 동안 34개 회원국의 소득과 소득 불평등을 측정한 지니계수(0∼1까지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 정도가 높음을 나타냄), 누적성장률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니계수가 0.03 증가할 때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0.3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OECD 회원국 전체 인구의 ‘하위 10% 계층 총소득’ 대비 ‘상위 10% 계층 총소득’ 간 격차는 7배에서 9.5배로 상승했다.

OECD는 “빈곤층 지원을 넘어 하위 40%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부동산 및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 교육재정 지출 확대, 복지정책 강화 등을 권고했다. OECD는 특히 “단순히 증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정부의 복지 전달체계를 조정해 재분배 정책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경기침체를 감안해 증세를 중장기 과제로 미루더라도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다. 각종 보조금을 수혜자에게 직접 주는 방식으로 정비한다거나, 조세감면 제도를 통폐합 내지 일몰시켜 늘어난 세수로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경환 경제팀은 소득 재분배 정책을 외면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말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패키지를 내놓았고,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까지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소득 재분배 의지가 실종됐다. 정부는 당초안보다 재정 지출을 8조원 더 늘렸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주로 증액됐을 뿐 복지 지출은 늘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조세제도와 재정정책을 통한 소득 재분배 기능은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제도의 내실화,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과 상한액 대폭 인상, 농어민에 대한 각종 보조금의 직불 보조금 전환 등을 통해서도 저소득층 소득을 늘릴 수 있다. 최경환 경제팀은 “불평등을 빨리 해소하는 국가가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