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들은 별로 건강하지 못했다. 세종은 “한 가지 병이 겨우 나으면 한 가지 병이 또 생기매”라고 탄식했고, 선조는 “왕 노릇 하다가 미칠 것 같다”고 비명을 질렀으며, 현종은 “오장이 불에 타는 듯하여 차라리 죽고 싶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한의학 박사(대구한의대 교수)인 저자는 ‘승정원일기’ ‘약방일기’ 등에 나오는 의료 기록을 토대로 조선왕실 한의학의 비밀을 파헤쳤다.
왕들이 질병에 시달린 것은 자신의 삶을 의지대로 살지 못하고, 건강은 자신이 지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종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죽은 문종, 과다 출혈 사고로 종기 치료 중 목숨을 잃은 효종, 종기를 다스리다가 죽은 정조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과로 등이 발병의 원인이었다. 줏대 없이 시대의 바람에 휘둘리다 두려움에 떨며 밤잠조차 잘 이루지 못한 고종은 결국 뇌일혈로 숨졌다.
영조만이 자신의 체질을 제대로 알고 질병에 대비했으며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 결과 80대까지 장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은 “병에 시달린 왕들의 죽음은 북벌 정책의 좌절, 개혁 정치의 쇠퇴 및 왕조 멸망의 가속화를 낳았다. 왕들이 건강을 지켰다면 조선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왕들이 건강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달라졌을까
입력 2014-12-12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