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사모 생활고 고통… 목회 계승 10∼15% 뿐”

입력 2014-12-11 02:34
홀사모선교회 대표 이에스더 목사는 “홀사모 가정에 대한 한국교회의 따뜻한 사랑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DB

“목회 현장에서 함께하던 목회자가 불의의 사고 등으로 먼저 소천한 경우 남은 가족들의 절망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남겨진 연약한 홀사모와 그 자녀들을 돕는 일은 곧 먼저 부름 받은 고귀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홀사모 자녀들의 아버지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난 홀사모선교회 대표 이에스더(68) 목사는 “가장을 잃고 방황하는 홀사모와 자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홀사모선교회의 비전”이라면서 “한국교회와 교계가 나서서 홀사모 돕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홀사모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생활고’이다. 목회자의 임종과 동시에 홀사모들은 홀로 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 목사는 “홀사모들은 가사일, 간병, 주방일 등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생계를 맡아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남편 목회를 이어가기 바라는 홀사모들이 많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목회를 계승하는 홀사모는 10∼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부름받은 목회자는 대부분 불치의 병을 앓거나 갑작스런 교통사고 등으로 소천한 경우가 많다. 목회에 헌신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안타까운 죽음에 이른 사례도 있다. 이 목사는 “남은 가족들은 하나님의 일을 전적으로 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하며 정신적인 충격에 빠진다”면서 “특히 어린 자녀의 경우 마음의 상처로 정신적 질병을 갖는 등 영육의 치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홀사모 사역은 ‘동병상련’의 아픔에서 시작됐다. 이 목사 역시 30대 후반인 1982년 남편 고 장경환 목사의 소천으로 어린 4남매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됐다. 그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막내부터 중학교 3학년 큰 딸까지 4명이었는데 눈앞이 캄캄했다”면서 “기도하는 가운데 나처럼 어려운 홀사모를 도와야겠다는 소명을 받고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개인적으로 홀사모 가정을 돕다가 1994년 ‘홀사모선교회’를 설립, 교계에서 공식적인 홀사모 운동을 시작했다.

홀사모선교회는 후원교회의 헌금을 모아 매년 어려운 서른 가정을 선정해 생계보조금과 장학금을 지원하며 자립할 힘을 북돋워준다. 또한 홀사모의 소명의식을 되찾게 하기 위한 영성훈련도 실시한다. 신학과정을 이수하지 않았지만 교회에서 사역하기 원하는 홀사모를 사역자로 양성하기 위해 3개월간 영성훈련 및 교회 행정 사무능력을 배양하는 연수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목사는 “홀사모선교회에서 지원받은 자녀들이 목회자, 검사, 교사 등 선한 열매로 교회 안팎에서 세워진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며 “작은 관심과 기도가 홀사모 가정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