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 신사상’은 신사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상이다. 매년 말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이 상은 독립운동가이자 보건사회부 장관, 국회부의장을 지낸 백봉 라용균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됐다. 신사 정치인을 키우고 격려한다는 취지에서다.
전북 정읍 출신인 라 선생은 일본 와세다대학과 영국 런던대학에서 수학했으며, 4선 의원을 지내면서 모범적인 국회의원 상(像)을 남겼다. 6대 국회 때 의정활동을 함께했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라 부의장은 위엄을 갖춘 데다 매사에 여유가 있어 다들 영국신사라 불렀다”고 회고했다. 라종일 전 주일대사의 선친이다.
제1회 수상자는 김근태 맹형규 조순형 의원이었다. 점차 수상자가 늘어났지만 매년 한두명에게는 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대상을 기준으로 보면 김 의원이 무려 네 번이나 받았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2007년부터 4년 연속 수상했다. 손학규 정세균 김부겸 황우여 의원도 두 번 이상 받았다. 기자들은 신사 의원의 덕목으로 정직성, 정치 리더십, 의회민주주의 실천, 소통능력을 주로 꼽는다.
올해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상을 받았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정기국회 운영 과정에서 협상력을 발휘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라용균기념사업회’ 당연직 회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신사 베스트 10’에 들었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시상자가 상을 받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상을 고사했지만 신사 반열에는 오른 셈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수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여야 대표 및 원내표가 10일 오후 이른바 ‘2+2 협상’을 했다. 4명 모두 신사상 수상자다. 이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와 자원외교 실태 파악을 위한 ‘해외자원 개발 국정조사 특위’를 연내에 구성키로 전격 합의했다. 예상 밖의 합의다. ‘신사 정치인’ 이름값을 한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신사 정치인 2+2
입력 2014-12-1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