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페셜올림픽 수업을 시작하는 첫날이어서 조지프의 기분이 만점이에요.”
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오후 조지프를 돌봐주는 분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다. 수영을 좋아하는 조지프는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교실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날도 조지프는 물속에 들어가 2시간이고 3시간이고 놀고 있을 게 분명했다.
‘내 아들 조지프는 오늘도 신났겠네.’
그날 저녁 웨스트밴쿠버의 어느 가정집에서 열린 모금을 위한 음악회에 참석하면서도 나는 조지프를 떠올리며 이런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음악회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 내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모님, 조지프가 물에 빠졌어요!”
조지프를 돌봐주는 선생님으로부터 이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조지프가 경기를 일으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물에 빠져서 어떻게 됐어요?”
“건져냈습니다.”
건져냈다니 다행이었다. 수영을 잘하는 조지프가 그냥 빠졌을 리는 없을 테고, 물속에서 경기가 와서 그렇게 됐다고 해도 얼른 조지프를 건져냈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조지프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고 있어요.”
뭔가 석연치 않게 대답하는 말을 듣자 아무래도 서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조지프를 병원에 데려갔을까 싶었다. 조지프의 병은 발작을 일으키는 순간엔 위험하지만 깨어난 뒤엔 병원에 가도 별다른 조치를 해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데려가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것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차가 막혀 1시간이면 도착할 병원까지 1시간30분이 걸렸다. 그사이 다음날 한국 출장을 위해 짐을 싸고 있던 남편도 병원으로 오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 말에 나는 “당신은 오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이제 곧 집으로 갈 텐데”라고 만류했다. 그만큼 조지프에게 별다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가정은 단 1%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해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들을 찾는 내게 의사들은 천천히 보여준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아무도 내게 조지프를 보여주지 않았다, 도대체 조지프의 상태가 어떻기에 이러나 싶어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그제야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 와야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1시간쯤 떨어진 다운타운에서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남편과 나는 그저 조지프가 깨어나길 기도하며 초조하게 그 자리를 서성거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의사는 우리에게 뜻밖의 말을 했다. 조지프가 지금 응급실에 있는데 이 병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아니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환자가 위급한데 손을 쓸 수 없다니. 의사의 말에 다급해진 나는 조지프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조지프, 조지프.”
아들의 이름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조지프에게 가 보니, 조지프는 수십개의 튜브를 온몸에 연결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 있었다.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내게 누군가가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물속에 빠져 있는 조지프를 건진 뒤 인공호흡을 하던 안전요원이 어떻게든 조지프를 살리려고 가슴 압박을 하다 갈비뼈가 부러졌고 그게 허파를 찌르면서 몸 안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고.
‘아 조지프. 하나님 이게 끝은 아니지요? 하나님 조지프를 살려주세요. 제발 그렇게 해 주세요.’
나는 마음속으로 외치며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정성자 (15) 또 물에 빠진 조지프 “주님, 이게 끝은 아니지요?”
입력 2014-12-12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