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성자 권사 (14) 조지프, 자폐증에도 하루 7시간 성경쓰기 도전

입력 2014-12-11 02:32
아들 조지프가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쓴 시편 노트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왼쪽은 조지프의 성경필사 노트.

내가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고 새벽기도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할 무렵 조지프는 조지프대로 성경 쓰기를 하며 하나님께 다가가고 있었다. 조지프의 글씨는 엄마가 보기에 너무나 아름다웠다. 학교와 교회 선생님도 격려해 주셨다. 어린이성경을 쓰는 것에서 시작한 조지프의 성경 쓰기는 요한복음에 이어 150편에 달하는 시편 쓰기로 이어졌다.

‘조지프가 이걸 다 쓸 수 있을까? 정말 해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됐다. 성경 쓰기는 조지프에게 무리인 듯했다.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속도도 보통사람보다 훨씬 느렸다. 글씨를 쓰는 동작도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였다. 조지프는 시편을 한 자, 한 자씩 쓰고 마침표 하나를 찍는 것까지 정성스레 잘 써내려갔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면 시편을 읽고 따라 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하루에 7시간 이상 성경 쓰기에 몰두할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손 아파”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7시간 성경 쓰기는 무리인 듯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성경을 쓰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조지프가 무언가에, 그것도 지루하게 느낄 법한 성경 쓰기에 몰두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성경말씀을 쓰다가 행여 잘못 쓴 게 발견되면 그것을 지우고 다시 써내려가는 조지프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거기엔 뭔가 특별한 하나님의 비밀이 숨겨있는 듯했다.

더욱이 조지프는 그 즈음에도 경기(발작)를 일으키면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소위 간질 증세인데 잠자는 도중에도 몇 번씩 경기를 일으킬 때도 있었다. 경기를 일으킨 다음날이면 피로감 때문에 성경 쓰기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조지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름 정자세로 어김없이 시편을 쓰고 있었다.

물론 그런 날이면 영어 스펠링이 삐뚤삐뚤하고 다른 때보다 많이 틀렸다. 말씀도 몇 구절 빠뜨리기 일쑤였다. 썼던 말씀을 다시 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조지프가 쓴 성경 노트에는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흔적이 많았다.

조지프는 왜 이토록 힘든 몸에도 시편 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일까. 몇 시간씩 성경 쓰기에 집중하는 조지프를 지켜보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혹시 우리가 알지 못한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이 주시는 성령의 깊은 위로를 경험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울 왕에게 쫓겨 다니며 미치광이 노릇을 해야 했던 다윗이 시편을 쓰며 처절한 외로움과 고통을 하나님 앞에 토로했듯이 말이다. 조지프 역시 평생 장애로 인해 표현할 수 없었던 외로움과 고통을 다윗의 시편을 빌려 토로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지프의 영혼은 기쁘고 행복했으리라. 조지프는 상한 심령을 싸매시고 안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스런 손길을 경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개한 꽃과 같은 청춘의 그 시절, 청년 조지프는 그렇게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고백했던 다윗의 시편을 필사하는 것으로 보내고 있었다.

2012년 봄, 조지프는 마침내 총 150편의 시편 필사 작업을 완성했다. 시편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반 만이다. 한 자, 한 자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듯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뜻을 다해 써내려간 조지프의 시편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런 조지프의 신앙과 생활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은 보다 적극적으로 조지프의 경기를 고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병원에 한 달간 입원해 수술 가능 여부를 알아봤다. 병원에선 뇌의 발작 부위가 여러 곳에 퍼져 있어 수술을 하기엔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진단을 내렸다. 혹시나 하고 조지프의 회복을 기대했던 마음에 실망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마음을 다시 추슬렀다. 조지프에게 맞는 새로운 약을 찾아 경기를 잡아보자는 주위 분들의 조언에 힘을 얻은 것이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