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리턴’ 조현아 부사장, 대한항공 보직 사퇴

입력 2014-12-10 04:16

‘땅콩 리턴’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40·사진) 대한항공 부사장이 9일 보직에서 사퇴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 참석 이후 이날 오후 귀국한 즉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조 부사장의 퇴진을 결정했다. 조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 및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럽다”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 부문 총괄부사장 직책을 맡았던 조 부사장은 보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대한항공 부사장 및 등기이사 자리는 유지한다.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도 계속 맡는다.

앞서 조 회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조 부사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그룹 이미지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점이 이번 퇴진 결정의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조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이륙 직전 승무원의 견과류(마카다미아 너츠)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았고, 결국 항공기가 되돌아가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일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즉각 위법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대한항공은 전날 밤 사과문이 포함된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항공기에서 쫓겨난 사무장에게 잘못이 있었고, 조 부사장은 임원의 의무를 충실히 했다는 식으로 해명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참여연대가 업무방해 및 항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혀 검찰 조사까지 받을 처지에 몰렸다.

조 부사장이 사퇴한 이후에도 후폭풍이 이어졌다. 대한항공이 사무장에게 비행정지 명령을 내렸고,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당시 항공기 승무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검열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해당 사무장은 4주간 휴가를 냈을 뿐이고, 카톡 검열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노조 사이트가 마비 상태에 빠지자 사이버 공격을 의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