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는 공통점이 많았다. 우선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젊은 오페라 가수다. 대부분 성악가들이 독일이나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 것과 달리 미국이나 프랑스, 스페인을 택한 것도 비슷했다. 결정적인 공통점은 보컬 앙상블 ‘로티니’의 멤버라는 것이다.
오는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로티니 콘서트 ‘오페라 스타’를 앞두고 테너 박지민(35)과 바리톤 조셉 림(임경택·31) 임창한(35) 알도 헤오(허종훈·35)를 9일 만났다.
2012년 결성한 ‘로티니’는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로티와 이탈리아의 작곡가 로시니를 합한 이름이다. 이후 사람들은 ‘로티니’를 한국판 ‘일 디보’라 부르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일 디보가 유럽에서 인기는 있지만 로티니의 실력은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한다. 네 명의 멤버 모두 세계 최고의 극장에서 인정받은 실력파다. 박지민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돈 파스콸레’의 주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알도 헤오는 세계적인 거장 주빈 메타 등이 있는 스페인 발렌시아 극장에서 활동 중이다. 임창한은 프랑스 파리 최대 콘서트홀인 살 플레이엘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조셉 림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미국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지민은 “일 디보와 레퍼토리는 비슷하지만 발성이나 음악에 접근하는 면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2년과 지난해 공연에서 샹송, 칸초네, 뮤지컬 넘버와 한국 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선보였다.
그러나 정통 오페라를 즐기던 사람들은 그들의 공연을 보고 ‘불편하다’고 비판했다. 예상했던 반응이란다. “대중의 시선이나 비판을 의식했다면 못했을 겁니다.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즐겁게 하려고 했어요. 고통은 저희가 감수해야 할 몫이죠.”(알도 헤오)
고통까지 감수하며 도전한 데는 이유가 있다. 로티니를 통해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 가요나 가곡을 부를 때 즐거워하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가능성을 봤다.
“저희 공연을 보고 오페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정통 오페라 공연을 보고 싶다는 말씀도 들었어요.”(조셉 림)
올해는 정통 오페라로 꾸몄다. 박지민은 ‘본질로 돌아갔다’고 표현했다. 정통 오페라라고는 하지만 레퍼토리는 어렵지 않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아리아로 꾸몄다.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등도 부른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2014년엔 정통 오페라 아리아 기대하세요”
입력 2014-12-10 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