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냅다 밟아주세요” 허둥지둥 택시 귀가

입력 2014-12-10 04:29 수정 2014-12-10 14:09

난데없이 차도로 뛰어들어 택시를 잡은 그는 “냅다 밟아주세요”라고 했다. 행선지는 말하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영문도 모른 채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는 연신 뒤를 돌아봤다. 불안한 기색이었다. 한참을 목적지 없이 달린 뒤 물었다. “이제 쫓아오는 차가 없나요?” 그렇다고 하자 그는 그제야 “그러면 유턴해 달라”며 행선지를 알려줬다.



9일 새벽 2시,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을 제보했냐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뿌리친 채 서울 지하철 서초역 방향으로 100m가량을 서둘러 걸었다. 강도 높은 3자 대질신문을 받은 직후였다. 취재진을 따돌리려 차도로 뛰어들어 택시를 탔다.



박 전 청장이 탄 택시는 취재팀 차량과 ‘심야 추격전’을 벌이며 서초동에서 올림픽대로 쪽으로 달리다 유턴해 다시 방배동으로 갔다. 박 전 청장의 아파트 입구에도 이미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가족에게 전화해 “후문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고 택시기사는 전했다.

박 전 청장은 이른바 ‘십상시 회동’ 연락책이라고 문건에 적힌 김춘식 청와대 행정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과 각각 대학·고향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9일 박 전 청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박 경정도 함께 불렀다. 박 전 청장은 이날도 출두하며 아파트 앞에서 대기 중인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미로처럼 복잡한 아파트 지하통로를 이용해 기자들을 따돌렸고 따라 내려온 가족이 취재진을 막아섰다. 검찰은 10일 출두하는 정윤회(59)씨를 상대로 문건 내용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진위’ 파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현수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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