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를 열어 ‘벼락치기’ 입법에 나섰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 기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정쟁, 무상보육 논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으로 공전과 파행을 거듭해 겨우 낙제점만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벼락치기 입법=여야는 오후 본회의에 134개 법안 등 138개 의안을 일괄 상정해 밀린 숙제를 처리했다. 법안에 대한 제안 설명만 있었고 대부분 토론 없이 표결에 들어가 4시간 만에 모든 법안이 통과됐다. 안건 하나당 처리시간이 1분30초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일명 ‘송파 세모녀법’(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공무원과 유관단체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출제오류 문제로 피해를 입은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로 인한 피해자의 대학입학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처리됐다. 피해자가 신규 입학, 편입학 등에 지원할 경우 해당 대학은 이들을 ‘정원 외’로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간이회생절차 신설 내용을 담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 개정안’과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달라고 부탁했던 30개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실적은 미흡했다. 여야는 이날 ‘마리나항만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 개정안’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8개만 처리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등 일명 ‘부동산 3법’과 북한인권법,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 등은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파행 거듭한 정기국회=올해 정기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로 시작됐다. 정치권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쟁으로 지루한 입씨름만 펼치다 9월 한 달을 고스란히 까먹었다. 정기국회 시작 30일 만에 본회의가 열려 ‘151일 입법제로(0)’ 오명을 겨우 털어냈다.
10월 열린 국정감사 역시 날림의 연속이었다. 여야는 사상 최대인 672곳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20일간 몰아치기 국감을 벌인 탓에 ‘맥없는 국감’ 지적을 받았다. 증인 선정 문제로 고성이 오가며 얼굴을 붉힌 ‘구태’도 반복됐다.
국회는 2015년도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헌법이 정한 시한 내에 처리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주체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다 상임위 곳곳이 파행을 겪었다. 정기국회 막바지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터지면서 주요 현안이 모두 파묻혔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올해 정기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공전된 기간으로 흉작이라는 평가도 있고 예산안 법정기한 내 통과와 정부조직법, 세월호 3법,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야당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벼락치기 법안 처리… 4시간 만에 138개 ‘땅땅땅’
입력 2014-12-1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