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국제 상설 사법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송상현 소장에 이어 또 한명의 한국인 재판관이 탄생했다.
정창호(48·사진)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ECCC) 유엔재판관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ICC 재판관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서 유효표 104표 중 3분의 2(70표)를 넘는 73표를 얻어 임기 9년의 재판관에 뽑혔다고 유엔 한국대표부가 밝혔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되는 재판관 6명의 후임을 뽑기 위한 이날 선거에는 정 재판관을 비롯해 마리아 나테르시아 구스마오 페레이라(동티모르), 크리스터 텔린(스웨덴), 마크 페렝 드 브리샴바우(프랑스), 베르트람 슈미트(독일) 등 17명이 입후보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를 넘겨 당선된 후보는 정 재판관이 유일했다.
내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정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사법협력관,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2011년 8월부터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 재판관을 맡고 있다.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중대한 국제인도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2002년 7월 출범했다.
정 재판관은 이날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법치, 인권 차원에서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ICC의 재판이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해 정의가 구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재판관이 당선됨에 따라 한국은 송 재판관에 이어 연속 ICC 재판관을 맡는 국가가 됐다. 송 재판관은 2003년부터 12년째 재판관을 지내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재판소장의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정 재판관의 ICC 재판관 당선은 유엔이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를 추진 중이어서 더욱 의미가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하는 것을 권고하는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은 이달 안에 총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정창호 판사,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에 당선…“北인권 재판 등 통해 정의 구현에 노력”
입력 2014-12-10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