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아저씨께’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처럼 확산 조짐

입력 2014-12-10 02:59

“물음의 편지를 드리고 싶네요. 정규직 해고가 더 쉬워진다는 말에 저의 작은 꿈에서 더 멀어진 것 같아 힘이 더 빠졌습니다. 저와 제 가족은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9일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최경환 (부)총리님께 드리는 물음의 편지(사진)’란 대자보가 붙었다. “저는 평범한 대학생”이라며 시작하는 대자보는 “외환위기 당시 집안이 기울어진 이후 온 가족이 저만 믿고 제 학비를 대준 덕에 이렇게 대학 교육을 받고 있지만 대학에 와서 본 우리 사회의 모습은 저에게 희망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3일 취업난 등 청년의 고통을 호소하며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연세대·고려대에 붙은 ‘최씨 아저씨께’ 대자보의 후속편 격이다. 지난해 대학가를 강타했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릴레이를 연상케 한다.

대자보는 “근로자 평균 임금은 220만원을 조금 넘는다는데 지나가면서 본 집은 억대가 넘어갑니다. 솔직히 제가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면서 집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안 보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먼저 취업전선에 뛰어든 형들은 하나같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롤모델로 삼았던 형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점점 기가 죽습니다”라고 했다.

연세대 송도캠퍼스에는 ‘대학 와서 한번도 만난 적 없는 J에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곳곳에 붙었다. 얼핏 연애편지 같은 대자보에 등장하는 ‘J’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다.

대자보를 쓴 연세대 경제학과 1학년 양동민(19)씨는 “총장 대 대학생 말고 ‘계급장’ 떼고 제대로 한번 이야기해 보렵니다”라며 송도캠퍼스 1·2기숙사 청소노동자의 인원 감축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72명인 청소·경비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해 재계약을 통해 50명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이 추운 겨울에 계약 만료라는 쉬운 명목으로 실업자 만드는 게 연세대가 강조하는 공동체 문화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다른 1학년 학생들도 송도캠퍼스 1기숙사 열람실 옆과 지하카페, 도서관, 2기숙사 등 8곳에 이 문제를 지적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