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설 안전 부실 뒤엔 ‘관피아’ 뇌물 있었다

입력 2014-12-10 02:07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 이모(48)씨는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공단 정밀안전진단 현장에서 일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급여 2억7000만원을 가로챘다. 안전진단업체 김모(47) 대표는 시설안전공단 변모(59) 전 부장 등과 공모해 자사 직원들을 현장 직원으로 속여 공단으로부터 4억6000만원을 받아냈다. 여기에 공단 직원 6명과 업체 관계자 6명 등 모두 12명이 연루돼 있었다. 일부 공단 직원은 안전진단업체에 용역을 주고 감독하지 않는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현금 수백만원과 해외여행, 골프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기도 했다.

해양수산부 김모(52) 사무관은 업체로부터 입찰 참여에 유리한 정책을 수립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100만원을 받았다. 서울메트로 장모(52) 차장은 업체로부터 진단용역 편의제공 대가로 7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항만시설이나 수력·원자력발전소, 지하철 등 국가 주요 시설의 부실한 안전진단에는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과 업체의 뒷거래와 ‘민관유착’ ‘관피아’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최용석)는 최근 6개월간 국가 주요 시설물 안전점검·정밀안전진단 용역 비리를 수사한 결과 뇌물을 주고받은 공무원과 안전진단업체 관계자 등 23명을 구속하고 2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유리한 정책 수립과 입찰참여 편의 제공 등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해수부·국토교통부 공무원과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 등 20명이 무더기 적발돼 이 중 14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일부 안전진단업체가 발주처 퇴직 공무원 등을 고용해 발주처에 지속적인 로비 활동을 하는 등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시설물의 안전관리 분야에서도 민관유착, 관피아가 뿌리 깊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이런 비리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해 웃음거리가 됐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