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인해 비용 감소와 소비 증대 등 효과를 볼 수 있어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저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성장률 증가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일(현지시간) 전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79달러(4.2%) 하락한 배럴당 63.0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다. 영국 런던석유거래소(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도 2.88달러(4.2%) 내린 배럴당 66.19달러에 거래됐다. 역시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모건스탠리는 유가가 43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한국과 같이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와 ‘호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최근 12개월간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원유 도입 단가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연평균 원유 도입 단가를 80달러와 70달러로 가정할 경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각각 1158억 달러, 1485억 달러 늘어났다. KDB대우증권은 저유가가 이어지면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직접적인 원유 수입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2.4%에 해당하는 원유 수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1.8%) 일본(1.2%) 중국(0.8%) 미국(0.5%)도 원유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원유 수입 비용이 줄면 새로운 투자 여력이 생기고 소비자의 소비 여력도 커지기 때문에 경제 성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저유가를 “공급 쇼크”라고 표현하며 미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유국들은 수입이 크게 줄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웨이트는 원유 수출 대금 감소가 GDP의 18.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수출국의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 수입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피해가 세계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2년째 1%대 낮은 물가 성장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가 급락이 저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는 9일 발표한 ‘최근 경기동향(그린북)’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유가 하락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가 즉각적으로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저유가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며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이용상 기자, 정건희 기자 sotong203@kmib.co.kr
국제유가 5년만에 최저… 低유가 ‘양날의 칼’ 되나
입력 2014-12-10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