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은 안전벨트를 모두 매야 하지 않아요?”
“차가 움직이면 계단에 서 있지 못하도록 하는 게 좋겠어요.”
9일 오전 7시 경기도 수원역에서 서울 사당역까지 25㎞를 오가는 광역버스 7770번을 기다리던 승객 앞에 낯선 버스가 등장했다. 관광지에서나 보던 79인승 2층 버스가 출퇴근용으로 처음 투입됐다. 정비사, 운수회사 직원, 경기도 공무원 등이 삽시간에 버스를 가득 채운 승객들을 보며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2층 버스가 생소하긴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2층 천장 높이가 171㎝라 키 큰 남성들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찾았다. 확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2층 앞좌석이 먼저 꽉 찼다. 승객 김모(59·여)씨는 “어색하고 조금 불안하지만 매일 지나치던 경치를 관광하듯 구경하니 기분 좋다”며 “출근길 ‘눈높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범운행 첫날인 지난 8일 오후 6시 퇴근길 사당역 4번 출구 앞 7770버스 승강장에선 진풍경이 펼쳐졌다. 좌석·입석으로 구분지어 줄을 서던 평소와 달리 2층 버스를 위한 별도의 대기 줄까지 길게 늘어섰다. 인도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길 건너편에서 2층 버스가 회차하는 걸 본 일부 승객은 일반 버스 3대를 연이어 보내곤 2층 버스에 올라타기도 했다.
쉬는 날을 맞아 카메라를 들고 ‘시험 탑승’에 나섰다는 수원시민 박모(27)씨는 “직장도 수원이라 이용할 일은 적지만 국내 최초로 2층 버스가 운행된다는 소식에 일부러 나왔다”고 했다. 인터넷 철도동호회원 김모(18)군과 서모(18)군은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었다. 버스 기종과 특징을 줄줄 읊던 김군은 “수원역에서 오후 5시 버스를 타고 사당역까지 왔는데 승차감이 생각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30분 2층 버스가 정류장으로 접근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일부 승객은 영상 통화로 내부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수원역에 마련된 ‘2층 버스 찬반투표’에는 ‘좋아요’에 30여개 스티커가 붙어 ‘싫어요’의 3개를 압도했다.
2층 버스는 출퇴근길 입석 승객까지 가득 채우고 위험하게 운행하는 광역버스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버스 대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니 좌석 수를 늘려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 도입된 터라 아직 넘어야 할 벽도 있다. 바깥 차로로 달릴 땐 가로수 가지가 2층 창문에 너댓 번 부딪혔다. 가지가 부딪히거나 버스가 터널·구조물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지날 때면 승객들은 창문 밖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시범운행 전담기사 김영수(54)씨는 “평소보다 느린 시속 60∼70㎞로 운행했다. 2층 버스 운행은 처음이라 안전에 더 신경 썼다”고 말했다.
높이 4.15m, 길이 12.86m, 폭 2.55m의 2층 버스는 영국 알렉산더 데니스사(社)에서 만든 ‘엔바이로 500’ 모델이다. 차량 높이를 최고 4m로 규제한 현행법에 맞지 않는다. 운행 구간에서 버스 천장에 가장 근접한 구조물은 약 4.5m 높이였다. 30㎝ 정도밖에 여유가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령을 개정하거나 규정에 맞춰 높이 4m 버스를 별도 제작해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연구원은 “차체 무게중심이 높아 저속 주행해도 급하게 핸들을 꺾거나 정지하면 전복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김포 남양주 등의 노선에도 순차적으로 2층 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성능 운영비 안전성 수송능력 등을 평가해 내년 1월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수원=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르포] 출퇴근길 승객 많이 태워 괜찮은데… ‘안전’ 과제로
입력 2014-12-10 02:57 수정 2014-12-10 07:37